[시온의 소리] 죽음의 성찰과 인성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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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준비 교육인 ‘죽음교육’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학교 등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학교의 정규교육뿐 아니라 평생교육 차원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데에는 다음의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삶의 시간이 제한돼 있음을 유념하면서 현재의 삶의 방식을 진실하게 되돌아보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케 한다. 둘째, 평소 죽음을 성찰해 갑자기 죽음이 찾아와도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케 한다.

오늘날 자살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죽음교육은 생명존중 교육이자 자살예방 교육이기도 하다. 죽음교육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가지면 한순간 부정적 감정에 휩쓸리더라도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죽음교육은 가치 있고 영원한 것을 지향케 함으로써 왜곡된 영성을 회복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해준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영성은 비천한 곳에 성육신하셔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동고동락하시고 일평생 하나님과 겸손하게 동행하신 영성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교회는 예수를 따르기보다는 물질과 성공, 명예와 권력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신앙의 본질을 잃어가는 것은 세속에 함몰돼 죽음을 외면하는 현실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하나님과 맞대면하게 될 죽음을 매순간 묵상하면, 교회와 성도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신앙의 본질을 결코 저버릴 수 없다. 죽음교육은 한국교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영성을 회복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죽음교육은 모든 무가치한 것을 버리고 가치 있는 것을 찾게 한다. 거짓되고 일시적인 것을 버리고 참되고 영원한 것을 동경하게 함으로써 영성을 새롭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죽음교육은 인간의 삶이 언젠가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줌으로써 허망하게 스러질 이 세상 현실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붙잡아 줄 수 있다.

죽음교육은 또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사랑과 용서, 감사와 축복의 중요성을 일깨움으로써 훼손된 인성을 회복시키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영성의 회복 못지않게 중대한 과제가 바로 인성(人性), 곧 인간적 성품의 회복인데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많은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귀중한 자산이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과의 깨진 관계를 만회하기에는 너무 때늦었다고 생각해 깊은 회한 속에서 임종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종착점에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지만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대물림한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므로 죽음교육을 이수해 죽기 전 반드시 해야 할 마지막 말을 평소에 실천하면서 맺힌 감정들을 풀어나간다면 우리의 인간관계를 더 원만하고 아름답게 이끌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돼 갈 것이다.

좋은 신앙인으로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앙적으로 잘 죽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대단히 중요하다. 이제 한국교회는 죽음을 성찰하는 초대교회의 귀중한 전통을 회복시켜 교인들이 평생 하나님의 영원을 품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교회에서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면 잘 죽는 법을 훈련받을 기회를 영영 상실할 수도 있다. 목회자와 신학자가 임종을 앞둔 교인들에 대한 영적 돌봄을 등한히 한다면 이들이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 안에서 인생을 복되게 마무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교회가 삶과 죽음을 하나님의 영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초대교회의 귀중한 전통을 회복시켜 나갈 때,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상황도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곽혜원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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