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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포스트휴먼 신학’ 펴낸 장윤재 교수] “빌려 쓰는 자연, 자국 남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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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재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 대학 자신의 연구실에서 저서인 ‘포스트휴먼 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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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연의 가장 큰 재앙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땅을 뒤덮은 플라스틱,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와 매연,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성 낙진, 대규모로 도륙되는 닭과 소…. 지구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공해를 일그러진 얼굴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윤재(55)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신간 ‘포스트휴먼 신학’에서 이런 일들이 ‘인간 신격화’의 결과라고 정의한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를 찾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이 확산 중이라는 뉴스가 날아든 날이었다. 장 교수는 조금 피곤해보였다. “A4 용지(21×29.7㎝) 크기의 양계장 우리에서 닭 4마리를 키웁니다.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순식간에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닭이 왜 작아지는지 아세요?”

장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 “영계 출하를 위해서라 하는데 그건 가공업체의 거짓말입니다. 성장촉진제를 많이 투여하기 때문에 깃털이 나기도 전에 병아리의 살이 마구 불어납니다. 42일 전에 출하하지 않으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한 닭은 뼈가 부서져 죽습니다.” 그는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250억 마리, 옷이 되기 위해 4000만 마리의 동물이 매년 목숨을 잃는 상황을 동물 신학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인간 중심주의는 종(種)우월주의를 낳고 이는 동물 학대를 낳았습니다. 포스트휴먼 신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구제역과 AI는 동물학대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걸 돌이켜 세울 도덕적 힘이 없습니다. 종교적 감수성을 가지고 하나님에게 은총을 구해야 합니다.”

책은 그동안 그가 축산 현장, 4대강 주변, 핵발전소 근처의 땅을 밟으며 신학적으로 성찰한 5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언제부터 동물신학을 비롯한 생태신학에 관심을 가진 걸까.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을 할 때부터입니다. 소장을 하던 2010년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 파동이 있었습니다. 소 돼지가 1000만 마리 넘게 살처분 됐습니다. 발버둥치는 동물들을 산 채로 땅에 묻었습니다.”

끔찍한 광경이 다시 떠올랐는지 얼굴이 잠시 굳었다. “그 후 고기를 도저히 먹을 수 없겠더라고요.” 장 교수는 구제역 파동 후부터 채식주의자가 됐다. 채식 후의 변화가 궁금했다. “마치 나병 걸린 제 몸을 하나님이 치유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또 한 자리에 앉으면 7시간이 그냥 지나갈 정도로 무서운 집중력이 생겨요. 몸이 편안해져서 그런가 봐요.”

그렇게 그는 다른 생명의 고통을 줄이는 식탁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보시기 좋도록 창조하셨습니다. 그걸 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맹목적으로 ‘아멘’하는 훈련을 해왔습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엉망이 되고 있는 환경에 대해 ‘이래도 되는가’를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연은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입니다. 회복하기 힘든 인간의 발자국을 남겨선 안 됩니다.”

장 교수는 하나님의 눈으로 창조세계를 보기 위해 포스트 휴먼 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책은 서울YMCA의 간사 교재로 쓰일 예정이다. 미국 뉴욕 유니온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2004년부터 이대에서 조직신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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