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한국당’ 약칭 논란 기사의 사진
정당은 당명이 바뀌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변경을 신청한다. 이때 약칭도 같이 등재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상징적 의미가 있는 약칭을 등록함으로써 다른 정치세력이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유권자에게는 쉽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13일 당명을 교체한 새누리당도 이 절차를 밟았다. 당명은 자유한국당, 약칭은 한국당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이 약칭이 다음날 정치권에서 사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감추기 위해 대한민국 국호를 동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온당한 일이냐. ‘아메리카당’이 있냐, ‘니뽄당’이 있냐, ‘영국당’이 있냐”고 일갈했다. 그는 “한국당 약칭을 못 쓰겠다. 앞으로 자유당이라고 쓰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이 한국이라는 자랑스러운 국가 명칭을 당명으로 쓸 자격이 있느냐고 가세했다.

당명 약칭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이 창당하며 약칭을 ‘우리당’이라고 정하자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보통명사인 우리당을 어떻게 당명으로 쓸 수 있느냐고 발끈했다. 한나라당은 비하 의미가 담긴 열린당 또는 열우당이라고 주로 불렀다. 2012년 자유선진당에서 개명한 선진통일당은 스스로 오락가락했다. 약칭을 통일당이라고 했다가 열흘도 안 돼 선진당으로 바꿨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창당 전에 개혁보수신당을 가칭으로 썼다가 곤욕을 치렀다. 일부 정치인과 네티즌들이 ‘개보당’ ‘개보신당’으로 줄여 불렀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약칭은 없었지만 야당 지지자 사이에선 비하 느낌이 가미된 ‘새당’이라고 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약칭을 자유당으로 할 경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속했던 자유당이 연상될 것을 걱정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민들 눈에 약칭 논란은 좀 한심해 보인다. 당명 갖고 싸울 시간 있으면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가뜩이나 더 어려워진 민생이나 챙겼으면 좋겠다.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