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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조호성] 구제역 재발 방지를 위한 체크리스트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방역체계가 한 채널로 움직여야 가축 전염병 제어할 수있어”

[시사풍향계-조호성] 구제역 재발 방지를 위한 체크리스트 기사의 사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해 전국이 초긴장 상태다. 이번 구제역은 처음으로 O형과 A형이 동시에 나타났다. 여기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농가들이 많아 사태를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돼지가 A형 구제역 앞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고 그 백신마저도 수입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은 질병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고 방역 당국과 농가 사이에서는 ‘백신 미접종’ ‘도덕적 해이’ ‘물백신’ 등으로 연일 서로의 책임을 묻고 변명거리를 찾고 있다.

구제역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단방역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면역력을 갖게 하기 위한 백신 접종이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 사태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에 문제가 있었다. 먼저 농장의 차단방역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은 구체적이지도 정확하지도 못했다. 농장 내 방역을 위한 시설을 조사하는 경우 시설 보유 유무로 평가할 뿐 실제 운용상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차단 방역 과정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세부 절차 이행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다. 차단방역에 있어 어느 한 곳이라도 허점이 생기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일단 농장 내 한 마리의 가축이라도 구제역이 발생하면 구제역 양성 농장이 되기 때문이다. 차단방역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에 더해 많은 수고와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구제역 백신의 항체 형성률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었다. 처음 방역 당국은 소에서 항체 형성률이 97.5%이기 때문에 구제역에 대한 백신이 잘돼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부실한 표본조사의 문제를 파악하고 20% 이하 수준의 항체율을 확인하고서야 뒤늦게 조사에 나섰고 결국 추가 백신 시기도 놓쳤다. 항체 형성률에 대한 오해도 한몫했다. 항체 형성률이 80% 이상이라는 의미는 백신을 정확하게 접종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구제역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설명을 했어야 했다.

방역 당국은 농가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도록 독려하고 점검 방안으로 항체 형성률을 그 기준으로 제시했으며 이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항체 형성률이 높으면 방어율이 그만큼 높은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었고 백신 접종만으로 질병을 방어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유지해 온 방역 정책은 항체 형성률이 충분히 높았던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게 되면서 방역 당국과 농가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농장 방역의 주체가 농가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도 자자체도 아닌 축산농가 스스로 자신의 재산인 가축을 지켜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가축 질병 방역 시스템을 관리할 전담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 국가 재난형 가축 전염병의 발생 앞에서는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방역체계가 한 채널로 움직여야 신속하고 정확하게 가축 전염병을 제어할 수 있다. 백신접종 전담 인력 확보, 축산 농가와 방역 전담 조작과의 소통도 필수적이다. 일회성이 아닌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누군가는 봄이 오면 구제역은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구제역은 진행형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안일한 생각은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구제역 상황이 종료되면 논란이 됐던 사항들에 대한 책임 소재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또 개선책을 보완해 구제역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야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방역의 주체임을 깨닫고 구제역의 종식과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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