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상숙 <7> 외국인 근로자들에 숙식 제공할 쉼터 마련

이불 등 집기 채워지는 역사 경험… 실직 형제 등 많을 땐 60여명 거주

[역경의 열매] 김상숙 <7> 외국인 근로자들에 숙식 제공할 쉼터 마련 기사의 사진
외국인들이 홀리네이션스선교회가 마련한 야유회에 참석해 식사를 하고 있다.
나는 주부에 불과하지만 한 가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갖고 있다. 주님만 믿고 그분의 지시만 따라가면 모든 일은 그분이 이뤄주신다는 것이다. 9명의 외국인 취직을 위해서도 그저 “하나님 어쩌면 좋아요” 하며 불평 반, 탄원 반으로 기도를 드렸던 게 전부였다.

선교회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쉼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예배는 선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삼위교회에서 드릴 수 있지만 오갈 곳 없는 외국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할 쉼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기도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쉼터 같은 시설이 왜 필요하냐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홍콩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자매들을 섬기며,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만나며 그들도 하나님의 귀한 자녀들임을 깨닫게 됐다. 이 때문에 만약 내게 그들을 도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쉼터를 준비할 때도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과 간구보다 넘치게 베푸셨다. 장소 마련은 재정적 문제를 떠나 매우 힘든 일이었다. 처음엔 경험이 없어서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갈등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깨끗한 아파트형 건물 한곳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마침 새로 지어 분양하려는 곳을 발견하고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분양이 자꾸 미뤄졌다. 상황이 급해서 하루빨리 장소를 정하려 했는데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만약 그때 거기에 쉼터를 세웠다면 옆에 사는 한국인들과의 갈등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쉼터 공간의 최우선 조건은 외국인들이 예배를 마친 뒤 의료 서비스를 받기 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배장소와 쉼터의 거리도 짧아 이동이 편리해야 했다.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곳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편이 나았다. 결국 주님은 현재 삼위교회 바로 옆 건물을 마련해 주셨다.

지금 쉼터에는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많을 때는 60여명까지 될 때도 있다. 이곳을 찾는 누구든 무료로 숙식을 제공한다. 쉼터는 외국인들에게 내 집 같은 곳이다.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가 쉴 수도 있고, 직장을 잃은 형제들이 찾아와 쉬기도 한다. 쉼터가 있었기에 그동안 많은 외국인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었다.

쉼터에선 부족한 것을 하나님이 채우시는 역사가 일어난다. 한번은 외국인들이 많이 몰려와 이부자리가 모자랐다. 그래서 시장에 가려고 하자 갑자기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 거기 덮는 것 좀 필요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이부자리를 사려던 참이라고 하자 “당장 오늘 갖다 주겠다”고 했다.

어느 날은 예배시간에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오케스트라 책임자는 접이식 의자 50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회에 전화를 했다. “접이식 의자는 몇 개 없어요. 권사님도 잘 아시잖아요.…잠깐만요. 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리네요.” 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바로 전 주일에 교회에 등록한 성도 한 분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접이식 의자를 사오셨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필요한 수량의 접이식 의자는 모두 채워졌고 연주회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 의자는 지금도 교회 식당에서 잘 사용하고 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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