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미니멀리즘 공화국 기사의 사진
‘미니멀리즘이 대세’ ‘커피 전문점도 미니멀리즘’ ‘가전업계도 단순 열풍’ 연말연초에 신문 경제면이나 생활면에서 본 기사의 제목들이다. 여러 분야에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등장한 미니멀리즘은 시각예술 분야에서 출현하여 디자인 음악 패션 철학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문예사조다. ‘Less is more(덜한 것이 더한 것이다)’라는 유명한 표현이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2017년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미니멀리즘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기능이나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내부 전자장치의 복잡성 등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피로현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강남의 몇몇 커피점이나 카페가 다양한 색상의 인테리어나 수많은 메뉴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전략에서 탈피, 단순한 색상과 디자인, 특별한 커피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미니멀리즘을 쉽게 실천하는 것이 버리는 것일 게다. 수년째 쓰지 않는 물건, 입지 않는 옷, 뭔지 모를 잡동사니, 이런 것들을 버리는 게 얼마나 정신건강에 좋고 생활을 더 여유롭게 만드는 줄 모르냐고 꼬집는 글을 가끔 본다. 잘나가는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도 사실 버릴 것을 찾는 작업이다. 일종의 버림의 미학인데,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결국 쓸데없는 탐심(貪心) 때문 아닌가.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 하고, 있는 것 절대 내놓지 않으려 하고. 그것이 남을 해하는 수준이라면 범죄가 된다. 버리는 게 아름답고, ‘Less is better(적을수록 좋다)’가 생활 속 지침이 되면 세상은 좀 더 착해질까. 권력과 부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더 가지려고 벌였던 막장극을 몇 달째 보다가 졸린 오후 한때 ‘미니멀리즘 공화국을 향하여’라는 몽상까지 해봤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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