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국정 역사교과서, 결국 ‘폐기’ 수순 기사의 사진
국정 역사 교과서(사진)는 ‘잘해야’ 보조교재 취급을 받게 됐다. “국정 교과서로만 역사를 가르치라”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였다. 국·검정 혼용으로 물러나더니 이제 교사에게 “보조교재라도 써 달라”고 읍소할 판이다. 박근혜정부의 국정화 작업은 실패로 막을 내리고 있지만 교육 현장은 이미 커져버린 생채기로 신음하고 있다.

16일 교육부·교육청 등에 따르면 국정 교과서를 쓰겠다고 지원한 중·고교는 3곳이다. 교육부 장관과 차관이 직접 나서서 국정 교과서를 쓸 연구학교에 신청하도록 독려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

보조교재로라도 써 달라고 학교에 요청하려는 움직임은 굴욕에 가깝다.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수십억원을 썼지만 보조교재로 교사들이 활용하고 있으므로 ‘헛짓’까지는 아니었다며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학교장이 보조교재로 채택해도 교사가 안 가르치면 그만이다. 학교장 등이 강요한다면 교권침해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교육부의 타격은 컸다. “잘못된 지시인줄 알면서 충실히 따른 죄”라며 볼멘소리도 일부 있지만 “출구전략 잘못 세웠다” “앞으로 영(令)이 서겠는가” “빨리 끝나기만 바라” 등 조직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교육계가 받은 타격은 더 크다.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과 교학사 교과서로 이어진 10여년 교과서 이념 논쟁은 이번 국정 교과서 파동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교과서=가장 정제된 지식’이란 등식이 깨졌다. 어떤 교과서가 나오든 편향성과 오류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다.

특히 내년 나오는 검정 역사 교과서들은 국정 교과서의 편찬 기준이 준용된 집필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다. 게다가 검정 교과서 집필 기간이 절반에 불과하고 집필 경험이 있는 학자·교사들은 집필을 거부해 ‘날림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도 국정화를 강행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더 큰 문제는 교과서가 정치도구화됐다는 점이다. 정치세력들이 역사 교육을 둘러싸고 양보 없이 싸우는 이유는 미래 유권자를 선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양보가 불가능하다.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유용한 도구란 점도 교과서 파동에서 확인됐다. 정치 쟁점으로 부상해 교육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바람에 학생과 학부모를 옥죄는 사교육이나 교육 양극화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버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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