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이돌 열광 10대 팬 울리는 SNS 사기 기사의 사진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중학교 2학년 주모(14)양은 지난해 5월 트위터에서 주문제작 인형을 파는 한 판매자에게 그룹 멤버의 모습을 본뜬 인형을 주문했다.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한 25㎝ 인형의 가격은 2만6000원. 한 달 용돈이 25만원인 주양에게는 적잖은 액수였지만 팬이라면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형은 9개월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판매자가 많은 인형을 한꺼번에 주문하느라 늦어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까지 물건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장담하던 판매자는 차일피일 배송을 미뤘다. 결국 판매자는 지난 6일 갑자기 모든 상품을 환불해주겠다는 글만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주양을 포함한 구매자 60여명은 대응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주양은 “울며 겨자 먹기로 환불을 신청해놨지만 구매자들은 더 이상 판매자를 못 믿겠다는 분위기”라며 “팔로어가 4000명이나 있어 사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했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10대 팬들을 노리는 SNS 사기가 늘고 있다. 이들이 주로 SNS에서 팬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 상품인 ‘굿스’나 ‘콘서트 티켓’ 등을 사고판다는 걸 노린 사기다.

SNS에서 활동하는 팬들은 중고생이 대다수다. 틈틈이 트위터를 들여다보며 관심 있는 아이돌 소식을 공유한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학생들도 흔하다. 주양은 “좋아하는 아이돌이 바로바로 반응해준다는 장점 때문에 SNS를 하는 중고생 팬들은 적게는 12시간, 많게는 15시간까지도 시간을 들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SNS 직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문제작한 인형을 공동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트위터에 ‘인형 제작’이나 특정 아이돌 ‘인형’을 검색하면 주문제작 인형을 파는 아이디가 20개 이상씩 나온다. 인형이 들어간 트윗 열 중 하나는 팬들이 주문제작 인형을 사고판다는 글이다.

이렇게 거래되는 인형들은 소속사에 정식으로 허가받은 상품이 아니다. 그래서 판매자와 구매자들은 은어를 섞어가며 거래한다. 일부 멤버들을 묶어 부르는 말인 ‘막내즈’를 ‘망내즈’로 바꿔 부르거나 멤버 이름 대신 ‘첫째’ ‘둘째’ ‘셋째’라고 부르는 식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어린 팬들이 다양한 비공식 상품을 사고파는 걸 알지만 기획사 가 ‘멤버 이름을 쓰지 말라’ ‘관련 상품을 팔지 말라’고 규제하지는 않는다”며 “저작권이나 라이선스를 규정하는 정확한 법체계가 없어 규제하기도 어렵고 자기만족 하는 어린 팬들을 막기도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어린 팬들을 속이는 티켓 사기도 끊이지 않는다. 고교 1학년 권모(16)양은 지난달 트위터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암표를 12만1000원에 샀다. 다른 곳에선 25만원에 거래되는 티켓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판매자는 돈만 챙기고 사라졌다. 권양은 같은 달 서울 강동경찰서에 판매자를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치를 따로 집계하기도 어려울 만큼 비슷한 티켓 사기사건을 많이 접수한다”며 “판매자가 잠적하면 경찰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 암표 거래는 현행법상 처벌근거가 약하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누구인지도 알기 어려운 데다 거래 장소도 남아 있지 않아 단속이 어렵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지난 8일 발표한 ‘인터넷매크로 프로그램의 문제점과 규제개선방안’에 따르면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암표 거래만 단속하고 온라인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이 같은 사기가 잇따르는 건 어린 팬들이 SNS에 모여 팬덤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는 중고생들이 쉽고 빠르게 물건을 사고팔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며 “다만 성인에 비해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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