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130연락소 기사의 사진
김영하의 장편소설 ‘빛의 제국’에는 북한 스파이 김기영이 등장한다. 평양외국어대 재학 중 차출돼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은 뒤 22살이던 1980년대 서울로 남파된다. ‘잊혀진 스파이’로,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한 통의 스팸메일이 날아온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평양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이다. 남한에서의 모든 흔적을 없애야 하는 김기영의 하루가 그려져 있다.

소설 속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이 현실로 튀어나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에 ‘추정’이라는 단서로 달고서다. ‘다국적 암살단’ 배후에 김정일정치군사대학 출신 공작원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은 1946년 설립된 금강학원을 모태로 해서 몇 차례 이름이 바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50세 생일을 기념해 1992년부터 현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본교가, 용성구역에 분교가 있다. 정보요원들 사이에선 130연락소로 불린다.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을 일으킨 김현희가 교육받았던 기관이다.

130연락소는 4년제로 운영된다. 남한 실정과 영어, 컴퓨터 교육은 기본이고 달리는 자동차에 올라타기, 단도 던지기, 해상 침투에 대비한 8㎞ 헤엄치기 등을 훈련받는다. 미모가 뛰어난 여성 공작원들은 독침과 미인계를 이용한 암살 및 공작 전문가로 집중 육성된다고 한다. 최정예 인간 살인병기가 양성되는 곳이다. 요인 암살 교육을 받을 때 제3자 포섭 방법도 집중 교육하고 있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성을 의심받고 있다.

130연락소 출신들의 활동이 국내에서 포착된 적이 있다. 2011년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를 독침으로 살해하려던 공작원이 국정원에 체포되기도 했다. 같은 해 왕재산 지하당 사건에도 130연락소가 등장한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최근 “국내에 북한 남성 암살자 2명이 잠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김정남 피살 사건이 국내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니 이미 우리 곁에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가장한 수많은 김기영이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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