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24일에 하기로 했다. 그날로 공개 심리를 끝내고 3월 초에는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반발했지만 이정미 헌재 소장 대행은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튀어나올 것도 없다”며 일정을 못 박았다. 그의 표현대로 “이렇게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정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시간을 들여야 할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지 넉 달이 됐다. 이 나라의 리더십이 실종된 지, 급변하는 국제무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지 그만큼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는 헌재 판단을 환영한다.

넉 달이란 시간 그리고 강행군을 계속해온 탄핵심판 과정을 통해 판단의 근거는 충분히 확보됐을 테지만, 한 가지가 빠졌다. 박 대통령의 거취를 다루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모습과 해명을 보고 들을 수 없었다.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이 전략일 수는 있어도 국민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탄핵심판정에서 오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현대사에 중요한 흔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변곡점의 시대를 담아낼 차가운 기록에 당사자의 진술이 빠지는 건 타당치 않다. 일부 지지자의 집회가, 일부 우호적 매체의 선전이 그 기록을 대신할 수 없다. 다툴 것과 사과할 것, 둘 중에 하나는 있을 테니 박 대통령은 최종변론에 출석해 역사적 기록에 응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사법부 판단은 결과가 무엇이든 존중돼야 한다. 권력 입맛대로 판결이 내려진 부끄러운 과거가 있지만 그런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사법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순 있어도 불복할 정당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법치국가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헌법재판관들이 오로지 법에 따라 판단하길 바란다. 그 판단은 박 대통령도, 대선 주자도, 정치권도, 그리고 국민도 존중하는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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