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남 암살, 석달 전부터 기획됐다 기사의 사진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은 최소 3개월 전부터 철저히 계획된 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암살을 직접 실행한 베트남 여성은 암살을 주도한 아시아계 남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일본 NHK방송은 17일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5)가 사건 1∼3개월 전 알게 된 한 아시아계 남성으로부터 장난스러운 동영상을 찍자는 제안을 받았고 예행연습까지 한 뒤 범행했다고 보도했다. 두 여성은 김정남 살해 혐의로 15일과 16일 잇따라 검거됐다.

이 남성 참관 하에 도안 티 흐엉은 김정남의 목을 조르고 시티 아이샤는 독극물을 얼굴에 뿌리는 행동을 수차례 맞춰본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공항에서 김정남에게 공격을 가한 뒤 용의주도하게 도망친 것도 연습 덕분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 남성 등 용의자 4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문지 차이나프레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의도적으로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에게 접근해 범행을 꾸몄다. 3개월 전 도안 티 흐엉을 만나 교제를 시작한 그는 신뢰를 얻기 위해 도안 티 흐엉의 고향인 베트남을 찾아 그녀 가족을 만났고 함께 한국에도 놀러가 쇼핑과 관광을 즐겼다고 차이나프레스는 덧붙였다. 시티 아이샤는 1개월 전부터 이 남성과 알고 지냈고, 지난 2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하기 전 이 남성으로부터 도안 티 흐엉을 소개받아 연락을 해왔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일당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KLIA)을 사전 답사한 증거도 나왔다. 김정남의 일정을 꿰고 있으면서 각본대로 차근히 범행을 준비했다는 뜻이다. 사건 발생 하루 전인 지난 12일 KLIA 터미널2에 설치된 CCTV 영상엔 용의자 6명이 서성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들은 공항에서 서로에게 장난치듯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공항 보안을 살피면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공격을 조심스럽게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성 4명이 이번 사건의 ‘두뇌들(brains)’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날 쿠알라룸푸르 암팡 지역의 한 호텔에서 검거된 시티 아이샤는 “액체를 남자 얼굴에 뿌리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그가 사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언론 꿈빠란에 따르면 시티 아이샤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나이트클럽에서 접대부로 일했다. 2012년 이혼했고 현재는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행동을 도와주면 100달러(약 11만4500원)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김정남이 누군지 몰랐고, 다른 용의자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꿈빠란은 “시티 아이샤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이 다르게 적힌 두 개의 신분증을 가지고 다녔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쿠알라룸푸르=신훈 기자,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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