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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왕이 된 庶子, 왕이 못된 長子

“왕위를 다지기 위해 형마저 독살한 무자비한 폭군, 그 末路는 매우 비참할 것”

[김진홍 칼럼] 왕이 된 庶子, 왕이 못된 長子 기사의 사진
김정남 피살 사건은 북한이 ‘김씨 왕조’ 통치하에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자(庶子) 출신으로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왕좌에 오른 김정은이, 왕이 되지 못한 장남(長男)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27명의 세자(世子) 가운데 12명이 왕이 되지 못한 채 살해되거나 병사한 사실(史實)이 연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왕위를 튼튼히 하기 위해 타국까지 공작원을 보내 형을 독살하는 정권이 있다니 참으로 한심하고 불안하다.

김정남은 어릴 적부터 외롭고 고달팠다. 어머니 성혜림의 ‘성분’ 때문이었다. 그녀는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 이평과 19세 때 결혼해 딸을 낳고, 유명배우가 됐다. 당시 ‘세자’였던 김정일은 5세 연상이자 유부녀인 그녀에게 반해 강제 이혼시킨 뒤 1970년 동거를 시작했고, 이듬해 김정남이 태어났다. 그러나 김정일은 김일성 지시에 따라 74년 노동당 간부의 딸인 김영숙과 결혼했고, 76년쯤부터는 만수대예술단 무용수인 고영희(고용희로도 알려짐)와 동거에 들어갔다. 성혜림은 김정남마저 잘못될 걸 우려한 나머지 불면증 등 온갖 병에 시달리다 80년대 초 치료차 모스크바로 갔고, 그곳에서 2002년 숨을 거둔다. 지금도 모스크바 서쪽 트로예쿠롭스코예 공동묘지에 묻혀 있다. 김정남의 존재 자체가 북한 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정남은 80년 스위스 제네바로 유학을 떠났고 모스크바의 프랑스 학교에도 다녔으나 귀국한 뒤엔 다시 통제된 환경에서 살아야 했다. 특히 김정일과 고영희 사이에서 두 아들(김정철 김정은)이 태어나자 김정일의 관심은 그들에게 집중됐다. 게다가 이모인 성혜랑의 미국 망명사건(96년)이 터져 급기야 중국과 마카오 등지를 떠돌며 사실상 해외망명 생활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김정은이 2011년 ‘왕위’에 오른 뒤에는 암살 위협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2012년 그는 ‘김정은 세자 저하’에게 서신을 보내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하기 바란다”고 애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남 암살이라는 ‘스탠딩 오더’를 거둬들이지 않았고, 김정남은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이국에서 불귀의 객이 됐다.

김정은 성정으로 볼 때 김정남이 끝이 아닐 것 같다. 그는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공개 처형했다. 고모인 김경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정일의 첫 번째 공식 부인인 김영숙이 낳은 두 딸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김정일의 네 번째 여인으로 한때 권력을 행사했던 김옥은 가족과 함께 숙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으로선 김정남의 아들이자 김씨 일가의 사실상 장손인 김한솔이 가장 위태로워 보인다.

김정은이 광폭해진 데는 편집광적 성격에다가 현재의 그를 있게 한 어머니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실패도 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직후 북한은 암으로 2004년 숨진 고영희를 ‘평양 어머님’으로 부르며 우상화 작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지지부진하다. 그녀의 이력과 성분 탓이다. 고영희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1960년 북한으로 넘어간 이른바 ‘째포’이며, ‘기쁨조’로 불리는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했다. 더욱이 아버지 고경택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성이 관할하는 군복공장 간부로 일했다. 동생 고영숙은 2001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김씨 일가가 자랑해온 ‘백두혈통’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집권 6년차로 접어든 김정은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말로(末路)는 참담할 것이다. 무자비한 폭군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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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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