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실패… 또 실패… 2030세대, ‘자존감 찾기’ 콘텐츠 열풍 기사의 사진
4년차 직장인 조모(31)씨는 특목고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조씨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못하고 매번 속으로만 삼킨다. 경력을 쌓을 좋은 기회가 와도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포기하고 만다. 사교모임에도 자신보다 이른바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참석을 꺼린다.

조씨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 젊은 세대의 상당수가 낮은 자존감을 호소하고 있다. 구인구직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의 20대 616명을 대상으로 자존감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고 응답한 사람은 40.6%나 됐다. ‘자존감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24.3%에 그쳤다.

자존감이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뜻한다. 상대방과의 비교우위를 통해 느끼는 자신감과는 또 다른 개념으로, 나 자체를 인정하는 감정이다.

젊은이들의 낮은 자존감은 자존감 찾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존감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의 책 ‘미움받을 용기’는 2014년 국내 출간된 이후 135만부가 팔렸다.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은 7개월 만에 판매량 25만부를 기록했다. 주 고객층은 2030세대다. ‘자존감 수업’ 출판사 심플라이프 관계자는 “20, 30대 구매자가 약 7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자존감의 여섯 기둥’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등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연들이 인기다. 법륜 승려의 ‘자존감 높이는 법’ 강연은 2015년 게재된 이후 조회 수 130만뷰를 기록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허그인심리상담센터 김희래 원장은 “남들이 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젊은 사람들도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해온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자존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불안한 사회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9월 한국청소년학회지에 실린 보고서 ‘자기불일치가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존감 유형의 조절효과’에 따르면 사회불안과 자존감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서울·경기 소재 4년제 대학 남녀 재학생 3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또 2015년 한국사회복지학회에서 펴낸 ‘성인기 자아존중감 변화와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청년층에서 노년층 수준의 낮은 자존감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도 자존감 찾기 열풍이 사회·경제적 불안에서 비롯한다고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전혀 안정감을 찾을 수 없는 사회에서 오는 피로감과 공포감이 자존감 콘텐츠를 유행하게 만들고 있다”며 “자존감을 높이자는 캠페인성 구호보다는 삶의 조건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정치·정책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도 “젊은이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패의 경험을 거듭하며 불안과 우울,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에 대한 반동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관련 콘텐츠들이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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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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