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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라동철]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서민·중산층 위한 새로운 시대 열어야… 대선후보들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하라

[내일을 열며-라동철]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기사의 사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부른 탄핵 드라마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올 정도로 한심했던 정치권력 심부의 민낯을 속속 목도하면서 국민들은 절망하고 함께 분노했다.

보수세력이 ‘태극기 집회’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탄핵의 흐름을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여론몰이의 희생자가 아니라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국정을 한낱 저잣거리 조롱감 수준으로 전락시킨 핵심 당사자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불거져 나오는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의 증거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 측의 몰염치한 행태는 탄핵이 왜 필요한지를 웅변한다.

부패, 무능, 무책임으로 국가를 대혼란에 빠뜨린 대통령에게 계속 국정운영을 맡기는 건 이제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본다. 질문이 쏟아질 공개석상에서는 자기변호를 할 자신이 없는지 헌법재판소 출석을 꺼리는 수준의 대통령에게 기대할 것도 별로 없다. 탄핵 드라마는 불편한 사실들로 가득하지만 해피엔딩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이다. 국가적 혼란을 불러온 중대 과오에 대한 엄정한 심판 없이는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다. 오는 28일로 종료되는 특검의 활동 기한을 연장해야 하는 이유다. 특검은 2개월여의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성과를 냈지만 사건이 방대해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더 남아있다. 눈치 볼 게 많은 검찰로 넘어가면 흐지부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이 매듭을 확실히 지을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줘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자유한국당은 특검 연장에 협조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해피엔딩의 또 다른 전제는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 정국이 본격화된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소위 진보정권이라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경험해 봤다. IMF 외환위기 극복, 남북화해협력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과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2007년 대선에서 국민들은 외면했다. 비정규직 양산, 부동산 폭등, 빈부격차 심화 등 서민들의 삶을 짓누른 실정들에 발목이 잡혔다. 정권교체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직업 정치인들과 일부 지지층의 잔치로만 끝난 결과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거기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공약은 누차 경험했듯 지키지 않으면 한낱 빈말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부도날 가능성이 있는 ‘어음’이 아니라 ‘현찰’을 원한다. 현찰은 구체적인 삶을 규정하고 좌우할 법과 제도다. 탄핵정국 와중에서도 경제활성화 법안, 경제민주화 법안, 민생 법안, 검찰개혁 법안 등이 속속 발의됐지만 어느 하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어깨 펴고 사는 새 시대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구체적인 법률 제·개정 작업을 통해 열리게 된다. 국회에서 특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헌 논의가 중요한 까닭이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 분산, 지방자치분권 확대, 경제민주화, 검찰 중립,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등 새 시대를 열 장치들을 헌법과 법률 속에 알차게 담아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이를 실현할 방안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탄핵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업은 지난(至難)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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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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