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전경련의 몰락 기사의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무너지고 있다. 전경련 연간회비 492억원 중 77%인 378억원을 내던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했다. 다른 회원사의 이탈도 이어질 조짐이다. 정치적 비판, 국민적 질타를 떠나 당장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그냥 둬도 스러질 모양새인데 넘어뜨리려는 외압은 갈수록 거세다. 22일 경제실천시민연합 주최 모임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외한 대선 주자 6명(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손학규 남경필 심상정) 모두 “전경련 즉각 해체”를 주장했다.

전경련의 몰락은 ‘권경(權經) 결탁의 산물’이라는 원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후 군부의 서슬에 눌린 재계가 보위 차원에서 만든 것이 전경련의 모태인 한국경제인협회다. 태생적 한계는 ‘자유 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전경련 정관 1조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진보정권엔 각을 세우고, 보수정권과는 밀월을 유지하며 정치적 더부살이를 일삼았던 행태가 결국 추락을 자초했다. 최근의 어려움은 이승철 부회장 개인의 과욕 탓도 컸다. 이 부회장은 1999년 상무보를 시작으로 2013년 부회장이 된 후 지금까지 18년간 임원으로 근무한 전경련 사무국의 핵심 중 핵심이다. 머리회전이 빠른 그는 달변에다 기획력이 탁월하고 추진력까지 갖췄다.

과유불급이랄까. 그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정치권 진출까지 생각했음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진술에서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오랫동안 몸담았던 전경련을 오늘 떠난다.

전경련은 24일 정기총회에서 허창수 회장 후임을 선임키로하는 등 활로 모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귀추가 주목된다. 나는 작년 4월 이 난에서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그때 제대로 검증을 거쳤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결말은 피했을 것 같다.

정진영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