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박 대통령 私邸 앞을 지나며 기사의 사진
출퇴근 때마다 지나는 저택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 이 앞을 거쳐 가야 한다. 6m가량의 높다란 붉은 담벼락, 경광등에다 위에는 철조망까지 쳐 있다. 곳곳에 설치된 보안카메라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검은색 철문은 언제나 굳게 닫혀 있다. 입구는 초등학교 후문과 맞닿아 있는데 차량 1대가 들어갈 정도로 좁다랗다. 통로 초입에는 검은 제복의 경찰 2명이 삼엄하게 경비를 선다. 경계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할 정도다. 경비 부스에는 책임자로 보이는 1명이 늘 앉아 있다. 순찰차도 수시로 주위를 맴돈다. 최근 들어 부쩍 경비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평소 왕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조용한 곳이라 인근 주민들에겐 이런 분위기가 달갑지 않다. 요즘 서울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 사저(私邸) 풍경이다. 집과는 대략 300m 떨어져 있으니 박 대통령은 이웃사촌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1979년 10·26 사태로 청와대를 나온 뒤 서울 신당동과 성북동, 장충동 등을 거쳐 90년부터 이곳에 정착했다. 98년 정계 입문 계기가 됐던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주소지를 달성군으로 옮긴 뒤에도 이 집을 처분하지 않았다. 2013년 2월 25일 취임식 전날까지 이곳에 머물며 ‘박근혜정부’의 청사진을 그리는 동시에 조각·청와대 인선을 구상했다. 그만큼 삼성동 사저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23년간 살아온 사저를 나설 당시 이웃 주민 500여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이웃사촌 대통령’을 열렬히 배웅했다. 박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밝은 얼굴로 다시 뵙겠다”고 했고, 주민들은 “5년 후에 멋있게 큰 박수 받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진돗개 두 마리를 선물했고, 박 대통령은 ‘희망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소나무를 사저와 인접한 초등학교에 기증했다.

내일이면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이다. 주민들의 반응은 4년 전과 판이하다. 대통령을 이웃으로 뒀다는 자부심은 온데간데없다. 의견을 들어보면 만감이 교차한다면서도 대체로 싸늘한 편이다. “답답하다” “속상하다”부터 “이웃이라는 것이 창피해 어디 가서 말도 못 한다” “당당하지 못한 대통령의 모습이 부끄럽다”까지 다양하다. 심지어는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 다른 데로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4년 전 흔들었던 태극기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착잡하다”고 했다. 착잡 그 이상의 공분까지 느껴진다. 며칠 전에는 한 시민이 날계란 1개를 경비 초소에 투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8년 전 미국 연수 당시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생가를 가족과 함께 찾은 적이 있다. 버지니아 북쪽에 자리한 워싱턴 생가 마운트버논(Mount Vernon)과 남쪽에 위치한 제퍼슨의 몬티셀로(Monticello)에는 평일인데도 관광객들로 북적여 무척 인상 깊었다. 퇴임 후 사망하기 전까지 생가에서 살았던 두 대통령은 탁월한 지도력과 청렴성으로 국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 대통령을 이웃사촌으로 둔 주민들의 긍지도 대단했다고 한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2000∼2012년)이었던 타르야 할로넨의 근황이 최근 외신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혼자서 천 바구니를 들고 정육점에서 고기를, 길가 꽃집에서 꽃을 사고 길거리 악사(樂士)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무민 마마(국민 엄마)’로 불릴 정도로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웃대통령, 정말로 요원한 것일까. 담벼락 위 철조망을 올려보며 씁쓰레한 마음으로 오늘도 사저 앞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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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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