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만을 위한 말’ 개인展 연 안규철 작가 “나는 인생이야기가 있는 개념 미술 작가”

[인터뷰] ‘당신만을 위한 말’ 개인展 연 안규철 작가 “나는 인생이야기가 있는 개념 미술 작가” 기사의 사진
개인전 ‘당신만을 위한 말’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안규철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경사를 이루며 층층이 설치된 목재 레일 구조물을 따라 나무공이 천천히 굴러간다. 레일 끝 부분에서 아래 레일로 뚝 떨어진 공은 다시 천천히 구르다 다시 아래로 뚝.

미술 작품이란 게 어린이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체험형 장난감 같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안규철(62·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개인전 ‘당신만을 위한 말’에 나온 작품 ‘머무는 시간 1’이다. 안 작가는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차의 지원으로 중진작가를 후원하는 연례프로젝트에 선정돼 장기 전시를 한 바 있다. 이후 2년 만에 상업화랑에서 갖는 개인전이다.

23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에게 “완구와 작품의 차이가 뭐냐”고 짓궂게 물었다. 그는 “완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 맞다”고 웃으며 받아쳤다. 그러면서 “그냥 수직으로 낙하하면 1초도 안 걸리는 과정이지만 일부러 2분 넘게 굴러 내려가도록 함으로써 관객들이 잠시 이를 지켜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제작 과정엔 사연이 있다. 지난해 여름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아침이었다. 북한산 자락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주변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 물소리가 콸콸 들렸다. ‘저 비가 바다로 가서 계곡에 머무는 시간이 없다면, 이런 숲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시작과 끝 사이의 잠시 유예, 이것이 우리 인생이 아닌가.’ 그때의 성찰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안 작가는 대표적인 개념미술 작가인데, 이번 작품들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천으로 된 종, 표범 가죽의 양, 다리 부분이 배 젓는 노로 된 의자….

전시장에 진열된 이런 작품들은 언뜻 모순이다. 천으로 만들어져 종은 소리를 낼 수 없고, 양은 결코 표범이 될 수 없으며, 의자는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불가능한 목표,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도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 아닐까요. 현대미술에서 (조형성만 중시되고) 이야기는 부차적인 것으로 배제돼 왔습니다. 제 작업은 그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겁니다.”

개념미술 작가는 많은데, 그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이야기, 특히 인생 이야기가 녹아 있는 개념미술인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들어보면 가슴이 훈훈해지는 작품이지만 언뜻 보면 역시 개념미술인지라 난해하다. “작업 결과물이 딱딱해 꼭 지능검사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관객이 그런 거리감을 느끼는 건 제게도 원인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념미술의 틀을 가지면서 관객과 어떻게 만날까 고민합니다.”

그의 작업이 구슬을 굴리는 등 관객 참여형 작업이 유난히 많은 것은 이런 이유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안규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전은 외관은 밋밋해보였지만, 포스트 잇 붙이기, 문학작품 필사하기 등 관객 참여를 유도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번 신작전 역시 그런 반응을 부르면서 회화 조각 등 전통 장르 수집에 편중된 한국의 컬렉션 문화의 외연 확대에 기여하기를 기대했다. 3월 31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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