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 ‘휴가 절벽’… 슬픈 직장맘 기사의 사진
출산 후 1년간 휴직했다 지난달 복직한 A씨. 얼마 전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아파서 1주일이나 입원했지만 단 하루도 휴가를 내지 못했다. 1년간 80% 이상 근무해야 발생하는 연차 휴가가 없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필요할 때 쉬고 월급에서 차감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지만 인사팀 눈 밖에 난다며 주위에서 말리는 통에 얘기조차 못 꺼냈다고 한다. 연차가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내년이 와도 육아 근심이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전 직원의 연차 사용 현황을 공개하고 있어서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개최된 ‘연차보장 수다회’에 참석한 A씨는 “누구는 (연차가) 며칠 남고 누가 많이 썼더라 하면서 뒷말이 나오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A씨의 경우는 고착화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목표의 허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는 8만9795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육아휴직자가 늘어난 만큼 복직 후 발생하는 문제도 복잡해졌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 향후 1년간 연차 휴가를 쓸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육아휴직 전 충분히 연차를 남겨 두겠다는 선택도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1년간 사용하지 않은 연차는 소멸하기 때문이다. A씨와 비슷한 사례로 민원이 빗발치지만, 고용부 측은 “법 개정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입사원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2012년 2월 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간 근무하면 매월 1일씩 총 12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 ‘월차휴가’와는 다른 개념으로 내년에 발생하는 15일의 연차를 앞당겨 쓰는 개념이다. 올해 5일 쓰면 내년 휴가는 10일뿐이다.

이직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경력직 역시 첫해는 연차휴가가 없다. 특히 육아문제로 퇴직했다가 경력직으로 재취업한 ‘직장맘’엔 부담이 더 크다. 2차례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맘 B씨는 “저는 연차를 못 쓴 산증인”라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 12명은 내년도 연차를 앞당겨 쓴다는 조항을 삭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입사 1년 미만인 근로자가 내년 연차 휴가를 미리 소진하지 않고 과거처럼 월차 휴가를 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법 개정 때 육아휴직 후 복직한 경우 최소한의 연차 휴가를 보장해주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50년간 있었던 제도인데, 바꾸려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는 동안 지난해 신생아 수는 통계치 작성 이래 역대 최저인 40만6300명으로 떨어졌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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