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염성덕] 특검과 헌재 우롱한 사람들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취임 4주년이 집권 4주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박 대통령의 직무가 80일 이상 정지된 탓이다. 헌법재판소가 3월 초순 탄핵심판 선고를 할 예정이어서 최소한 3개월가량 직무가 정지되는 셈이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면 박 대통령은 사저로 돌아가야 한다.

탄핵정국은 박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이 자초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과 친박 정치인들이 아무리 박 대통령을 옹호해도 이런 평가는 변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방식이 지지자들에게 먹힐지는 몰라도 여론의 향배마저 바꿀 순 없다.

박 대통령은 정말 떳떳하다고 자신한다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헌재에 출석해 입장을 피력해야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검찰 수사를 받기로 약속했다가 거부한 것과 판박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아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불발로 끝났다.

황 대행은 “특검법에서 규정한 당사자와 관련자를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했다”면서 “검찰이 특검법 취지대로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해 특검팀이 출범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점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황 대행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 대면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고 할 수 있다.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백안시한 황 대행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어떤가. 이들은 헌재 권위를 부정하고 막말을 쏟아냈다.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하지 않으면 시가전(市街戰) 내란(內亂) 같은 상태가 온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을 통해 자신이 헌재에 출석할 경우 헌재 재판관들과 국회 소추위원들의 ‘송곳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끝내 헌재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헌재 심리만 늦춘 꼴이 됐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 ‘8인 체제’가 법적으로 잘못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헌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이 특검팀 수사와 헌재 출석을 외면한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염치없는 짓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표적으로 ‘영혼 없는 공무원’이었다.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구속되자 법원에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이의신청’을 내는 어깃장까지 부렸다. 법원이 김 전 실장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는 모르고, 모든 것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고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돌렸다. 우 전 수석이 제 역할을 했으면 국정농단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무책임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구속된 지 52일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그만둔 문 전 장관은 ‘사퇴의 변’을 통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까지 썼다. 국민연금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모습까지 드러냈다.

사건을 넘겨받을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적폐 청산에 나서야 한다. 헌재 재판관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경제부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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