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저출산과 스포츠의 미래 기사의 사진
지난주 일본 삿포로에서 개최된 동계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대상 중 하나가 동계스포츠였다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 선수단은 종합 2위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심기일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한편 지난주에는 2016년 우리나라에서 40만명 아이가 태어났고, 28만쌍이 결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출산과 혼인 모두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4년 이래 가장 작은 숫자라고 한다. 청년들의 삶이 결혼에 이르기 힘든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결혼 없이는 출산이 어려운 우리나라 상황에서 앞으로 결혼도 출산도 매년 ‘역대 최소’라는 신기록을 경신하게 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이 두 가지 뉴스를 보면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지금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데, 신기록을 경신할 저출산 현상은 우리나라의 스포츠 환경 혹은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우리나라 스포츠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하계올림픽을 서울에서 개최하면서 당시 정부가 스포츠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 민주화 열망이 커지면서 정부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도 스포츠 투자에 열중했다. 이후 199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스포츠는 국제무대의 변방에서 점차 중심에 가깝게 다가섰고, 국내에는 여러 종목에서 프로리그가 탄생했다. 이때부터 스포츠는 가난을 딛는 발판이 아니라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 스포츠에 과학이 접목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종목의 다양성도 커졌다. 그런데 인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스포츠의 이런 성장은 인구 변동과 매우 관련이 깊다. 특히 신체능력이 가장 뛰어난 연령층인 20대의 양적, 질적 변동은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20대는 각각 60년대와 70년대 태어났다. 출생아 수가 연간 90만명이 넘던 시절이다. 사람이 많으니 재능을 가진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가의 스포츠 육성 정책이 더해지면서 재능이 발굴되고 전문적으로 계발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의 20대는 1980년대 출생으로 매년 80만명이 태어났다. 2010년대의 20대는 1990년대생이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인구 크기는 줄었지만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고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재능을 키우고 발전시켰다. 거기에 규모의 경제를 갖춘 1960대와 1970년대생들이 주된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스포츠와 관련된 시장을 뒷받침하며 스포츠를 산업화하는 데 기여했다. 대규모 소비자로서 이들의 기여는 특히 각종 프로리그의 성장에서 빛을 발하였다. 인구의 크기와 특성이 절대적 충분조건일 수는 없지만 이처럼 스포츠 환경 및 산업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조건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스포츠 환경에 어떻게 작용할까?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는 매년 40만명대의 아이가 출생하고, 형제자매 없이 외동으로 태어나고 자라난 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1980, 90년대 스포츠 발전이 매년 90만명 이상 되었던 인구에 기인했다고 하면 이제 그 절반도 되지 않는 인구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한 가정에 자녀가 두 명 이상일 때와 달리 한 자녀밖에 없을 때 성공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스포츠 분야로 한 자녀의 미래를 맡기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스포츠의 체계화와 과학화가 정부로부터 뒷받침된다고 해도 이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산업화된 스포츠는 시장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는데, 시장을 뒷받침해주는 것 역시 인구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대규모 소비를 해준 1960년대생들이 점차 고령화로 인해 은퇴하기 시작하면 매년 80만명 이상이 스포츠 시장의 소비자군에서 이탈하게 된다. 은퇴 이후 소득이 없을 때 가장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이 문화와 여가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관중의 규모가 줄면 프로스포츠는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스포츠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국정농단보다 저출산이 앞으로 스포츠산업 발전에 더 큰 걸림돌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가도 체육계도 넋 놓고 당하지 않도록 현명한 대응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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