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한강 수상택시 기사의 사진
지난해 12월 이런 뉴스가 있었다. ‘한강 수상택시 출퇴근 승객, 하루 평균 6명.’ 10월 말부터 운항을 재개한 수상택시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는 거였다. 나는 저 6명 중 한 명이다. 넉 달째 수상택시로 출퇴근하고 있다. 잠실∼뚝섬∼반포∼여의도 뱃길 중 반포∼여의도 구간을 이용한다. 편도요금 5000원은 지하철과 택시의 중간쯤 된다. 택시보다 적은 돈에 출근길 ‘지옥철’을 피할 수 있다.

차들로 꽉 막힌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사이에서 강물을 가르며 달리는 맛은 제법 통쾌하다. 어느 아침 선장에게 “오늘은 한강이 호수 같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들었다. 한강을 끼고 있는 도시에 살면서 강을 소재로 인사를 나누기는 처음이었지 싶다. 서울 도로에서는 교통전광판이 ‘사망 ○명, 부상 ○명’ 같은 숫자로 전날 사고를 알려주는데, 한강에선 잠수부가 아침부터 다리 밑 물속을 들락거리며 지난 밤 누군가 삶의 무게에 눌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해준다.

이렇게 배 타고 출근하는 일상에 위기가 있었다. 1월 중순 한강이 얼었다. 어지간한 비에는 운항하지만 강이 얼면 도리가 없다. 일주일 이상 지옥철 신세를 졌다. 해빙 후 다시 배를 타다 보니 문득 미안해졌다. 추운 날씨에 7인승 보트 승객이 나뿐인 경우가 많았다. 내가 안 타면 기름값을 아낄 텐데 적자를 감수하는 듯했다. 이런 생각을 눈치챘는지 선장들은 “이용해줘 고맙다”거나 “따뜻한 3월이 되면 달라질 것”이란 말을 건네곤 했다.

수상택시는 세월호 선주 청해진해운이 운영했었다. 참사로 중단된 지 2년 반 만에 새 사업자를 만나 재개했는데, 공교롭게 그 시점에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내가 타고 다닌 넉 달은 특검·탄핵의 시기와 꼭 맞물려 있다. 수상택시가 청해진해운의 기억을 떨치고 새 모습을 찾으려 애쓰는 동안 우리는 국정농단 사태를 헤쳐 왔다. 이제 3월이다. 봄이 오면 선착장이 북적일 거란 기대, 탄핵의 겨울이 지나면 나라가 방향을 찾을 거란 바람이 모두 실현됐으면 한다.

글=태원준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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