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전기차·거머리 요법… 지금 통하는 옛 아이디어 기사의 사진
런던 파리 뉴욕 베를린….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던 19세기, 이들 도시의 도로를 내달린 건 휘발유차가 아닌 전기차였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되묻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19세기는 전기차의 시대였다. 미국에 등록된 전기차만 3만대를 웃돌았고 거리에는 전기차 택시가 쉼 없이 오갔다.

당시 사람들은 20세기가 전기차의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규모 유전들이 발견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급락했고, 전기차의 인기는 사그라졌다. 최대 문제는 배터리였다. 최초의 전기차는 한 번 충전해 48㎞밖에 주행할 수 없었다. 전기차가 재조명된 건 21세기 들어서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기업 테슬라를 통해서였다. 이 회사는 배터리 문제를 해결한 전기차를 통해 세계적 기업이 됐다.

영국의 저널리스트가 펴낸 ‘리씽크(Re think)’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재고(再考)의 힘’을 집중 조명한다. 저자는 테슬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온고지신(溫故知新)에 기반을 두고 무언가를 다시 생각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내는 게 혁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고 말한다. ‘새로운 맥락에 놓인 오래된 아이디어는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이 같은 주장을 떠받치는 수많은 사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대표적인 게 현대 의학에서 널리 쓰이는 ‘거머리 요법’이다. 피부 이식 수술을 할 때는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거머리를 수술 부위에 올려놓으면 피가 굳지 않는다고 한다. 거머리 요법은 중세 유럽에서 쓰이다가 사라졌지만, ‘재고의 힘’을 갖춘 현대의 한 의사가 또다시 끄집어낸 덕분에 재조명받을 수 있었다.

거머리 외에도 과거의 ‘생각들’을 현대에 맞게 변주해 혁신을 이끌어낸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대 스토아 철학이나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의 철학이 현대 경영인들의 ‘인문학 강좌’에 즐겨 활용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어서다.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 가장 강력한 혁신을 일으킨다’는, 생각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데서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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