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영석] 안철수,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면 기사의 사진
20%다. 보수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다.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빼면 1위 후보가 고작 3% 남짓이다. 지리멸렬 그 자체다. 각종 여론조사도 진보 정치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1990년대 이후 역대 대선 결과를 보자. 3승 2패를 기록한 보수 정치는 단 한 번도 참패한 적이 없다. 먼저 3승을 보면 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민자당 후보는 997만표(41.96%)로 804만표(33.82%)를 얻은 김대중 민주당 후보를 따돌렸다. 2007년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149만표(48.67%)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617만표(26.14%)를 500만표 이상 앞섰다. 보수 대 진보 일대일 구도였던 2012년 18대 대선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577만표(51.55%)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1469만표(48.02%)를 제쳤다.

‘2패’를 보자. 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1032만표(40.27%),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993만표(38.74%)였다. 39만표 차이였다.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492만표(19.20%)가 없었다면 결과는 예측불허였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1201만표(48.91%),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1144만표(46.58%)였다. 57만여표 차이였다. 보수 정치에는 압승과 석패의 역사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어떤 형태로든 보수층 결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첫 번째 근거다.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이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보다 인구가 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10∼15%의 ‘샤이 보수’도 근거 중 하나다.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약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30% 대 지지율에 계속 머물며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티 세력’도 상대적으로 많다.

문제는 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 실정에 동반 책임이 있는 황 대행은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다. 바른정당 후보들도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한 지지율로는 독자 행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보수층에선 중도까지 아우러는 후보 단일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보수층 일각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주목한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진보로의 확장은 민주당에 막혀 한계가 있다. 총선 당시 최대 기반이던 호남 쪽 민심은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당 39석으론 집권한다고 해도 연정이 불가피하다. 안 전 대표에게도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안 전 대표는 평소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설파해 왔다. 안보라는 보수와의 매개 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개혁을 매개로 바른정당과 손잡을 수도 있다. 문 전 대표에게 맞선 반패권연대도 가능하다. 97년 이념적 스펙트럼이 극과 극임에도 사전 권력 배분을 전제로 이뤄졌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DJP연합보다 명분도 있다.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호남 집토끼 일부를 잃어버릴 순 있지만 반대로 영남 산토끼를 얻게 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의원 간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차용해봄직하다.

정치 상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변화된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게 성공하는 정치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0년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일성을 날리며 3당 합당을 했다. 여소야대와 4당 체제를 일거에 무너뜨린 뒤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안 전 대표가 덩치 큰 보수 호랑이가 없는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면 차기 대선은 예측 불허의 게임이 될지 모른다.

김영석 논설위원 ys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