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과 승복하자] “정치인들, 선거 유불리 떠나 통합 힘써야”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세력이 극렬히 대치하면서 심판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을 한데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계 원로와 학계 전문가들은 2일 대선 주자들이 탄핵 국면을 이용해 선거에서 득을 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은 국민이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하면 해소될 문제라는 의견도 많았다.

원로들의 고언(苦言)은 정치권에 집중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면서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들거나 태극기를 흔드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그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제도화해서 해결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돌팔매를 맞더라도 ‘국민 여러분, 이제는 저희에게 맡기고 들어가 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정치인의 용기이고 정의”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집회 현장에서 내뱉는 말은 진영논리를 자극해 갈등만 부추긴다는 얘기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대선 주자들이 선거 유불리만 따지고 있지 갈등을 봉합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승자, 패자 할 것 없이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통합은 간단하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따르겠다. 다 같이 자중하자’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3·1절 집회 하루 전날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에 감사 메시지를 전달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헌재 불복’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헌재 결정을 놓고 찬반 의견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탄핵심판이라는 제도가 있는 한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는다”고 했다. 다만 임 전 의장은 “헌재 결정이 민심을 얼마나 반영했느냐는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는 헌재 재판관 임명 절차 개선 등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야권에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동일선상에 놓는 데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정확히 말하면 여론은 두 동강 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며 “태극기집회에 얽매여 양비론적인 타협 권고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좀 많아졌다고 해서 두 집회를 나란히 놓고 말하는 것은 촛불민심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탄핵 찬반 세력이 총집결한 3·1절 집회가 평화롭게 끝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전 의장은 “생각이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 수십만명이 거리에 나와 대척하면서도 단 한 사람의 사상자 없이 평화롭게 집회가 끝났다”며 “이를 분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애국심, 열정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재 결정으로 대한민국이 끝나는 건 아니다”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반대쪽을 감싸안고 포용하는 관용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탄핵심판 이후 있을 대선이 오히려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헌재 결정에 대한 불만이 결국 대선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표출되고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권지혜 이종선 백상진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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