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파란 넥타이 기사의 사진
1974년 진시황제의 무덤에서 발견된 실물 크기의 7500여점의 군사들은 목에 천 장식을 두르고 있었다. 진시황의 군대로서 명예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트라잔 황제의 로마 군사들도 목을 보호하기 위한 장식이 있었다. 지금과 비슷한 넥타이가 등장한 것은 17세기다. 30년 전쟁 당시 프랑스 군대를 지원하러 가는 크로아티아 군인들에게 연인들은 살아 돌아오라는 의미로 붉은 천을 목에 매줬다. 이것에 매료된 루이 14세는 ‘크라바트’(크로아티아 장병이란 뜻)라 부르며 즐겨 맸고 귀족과 부유층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넥타이’로 명칭이 바뀌었다.

넥타이는 품위와 격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패션 소품이다. 정치인들에겐 신뢰와 열정을 나타내는 무언의 표식이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치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5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주리룬 대만 국민당 주석과 6년 만의 국공 수뇌회담을 하면서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넥타이를 즐겨 매던 것과 대조적이다. 파란색은 국민당을 상징한다. 친중(親中)노선을 걸어온 국민당 ‘손님’에 대한 배려였다.

2011년 1월 6일 미 공화당과 민주당 하원의원 135명은 워싱턴 의사당에서 차례로 단상에 올라 4543단어로 된 헌법 전문(全文)을 87분간 낭독했다. 222년 하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됐지만 많은 의원들이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파란색은 민주당을 상징한다. 여야 의원들이 서로 다른 이념과 주장을 접어두고 헌법 정신을 되새기고 지키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초당적 행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엊그제 의회 합동연설에서 평소 즐겨하던 빨간 넥타이 대신 파란 넥타이를 매고 둘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호소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파란 색깔의 넥타이를 맸다. 독불장군 트럼프가 취임 40일 만에 ‘리셋’ 버튼을 누른 것인지 단순한 ‘쇼’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나저나 지금 통합이 가장 절실한 곳은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우리나라가 아닐까.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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