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규의 문화공방] <94> 가온차트, K팝의 지형도 기사의 사진
가온차트 제공
우리 가요사에서 인정받은 음악차트와 시상식은 손에 꼽힌다. 1980, 90년대를 대표했던 KBS ‘가요 톱10’이 98년 폐지된 이후 우리는 안타깝게도 내세울 만한 가요차트를 만들지 못했다. 요즘 1위 노래를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은커녕 믿을 만한 대표 순위차트가 무엇인지조차 답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빌보드차트는 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발표했다. 앨범의 판매량과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한 차트는 세계의 대중음악 지표를 제시했다. 최근 미국 음반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드를 보면서 우리는 왜 항상 제자리에 있거나 뒷걸음질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스며든다. 그간 방송사와 유료 음악사이트의 차트는 자사 중심이라는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대중의 신뢰를 받는 데 실패했다.

얼마 전 7년째를 맞은 가온차트 어워드를 지켜보면서 우리 대중음악 차트의 미래와 희망을 엿본다. 한국 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만든 가온차트는 음악매출 중심의 순위 집계방식이다. 온·오프라인 유통 사업자가 거의 모두 참여했다. 광복 이후 한국의 모든 음악 사업자들이 매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무후무한 새 역사가 시작됐다는 점은 혁혁한 공정성 기틀을 확립한 것이다. 가온차트는 모든 음악 콘텐츠의 성적표를 그대로 반영한다. 음악팬이 음반을 구입하거나 유료 음원을 사용한 자료가 모두 집계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대중음악계의 혁명’이다.

음악차트가 주는 산업적·역사적 가치는 단순히 ‘계량화된 통계 수치’ 이상이다. 음악차트는 그 시대의 음악 트렌드와 소비자 성향, 음악 산업의 규모와 흐름에 대해 차트 순위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음악 역사책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공신력 있는 차트의 탄생은 반드시 음악 산업에서 이뤄야 할 과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확산이 필요할 때다. 그런 측면에서 가온차트는 가장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가 자부할 음악차트로 K팝의 지형도를 말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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