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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어느 한쪽만 웃을 테지만…

“탄핵 찬반 갈등은 성장통… 헌재의 결정 수용하고 공동체 도약 위해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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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갈등의 상존이다. 갈등 없는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인종, 지역, 종교, 세대, 빈부 등 갈등 유발 요인은 다양하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갈등은 수시로 표출된다. 여기 아니면 저기에서, 오늘 아니면 내일, 충돌은 벌어진다. 그러나 내전(內戰)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번지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각국마다 갈등을 중재하는 나름대로의 메커니즘을 통해 간극을 메우고 있어서다. 그 과정은 사안에 따라 매우 긴 시간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갈등의 사회화’를 거치면서 한때 극렬하게 대립했던 이들은 조금씩 양보하며 타협에 이르게 된다. 민주주의 공동체가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이른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단계에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식도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간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다. 3·1절에 이어 토요일인 4일에도 광장은 두 동강 났다. 헌재를 겨냥해 한쪽에선 탄핵 인용을, 다른 쪽에선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외치고 있다. 나아가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양쪽 사이에는 경찰의 차벽(車壁)이 세워졌다. 두 진영이 이성적인 소통을 하기 힘들 만큼 격앙돼 있는 상태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상대방도 엄연한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인데 존중하는 기색은 찾기 어렵다. 나만 선(善)이고, 상대는 무찔러야 할 적(敵)이라는 극단적인 경향마저 나타난다. 그러면서 양쪽은 각기 연대감을 다지기 위해 각종 루머와 가짜뉴스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정치인들은 광장에 나가 적대적 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실정이다.

분명한 건, 헌재가 결정을 내리는 순간 어느 한쪽만 웃게 될 것이란 점이다. 다른 쪽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올 것이다. 양쪽이 모두 웃거나, 모두 우는 상황은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헌재가 대통령 파면과 대통령 직무 복귀라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핵 인용을 바라는 국민들이 많은 편이지만 최종 판결은 오로지 헌법재판관들 몫이다.

양쪽은 최선을 다했다. 그런 만큼 이제부터라도 헌재 결정 이후의 대한민국을 고려하기 바란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지는 쪽이 군말 없이 승복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로 인해 당분간 혼란도 예상된다. 그러나 승복은 민주주의 기본 원리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수용해야 한다.

이긴 쪽은 우쭐대지 말고, 져서 우울해 있는 이들을 배려해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 승리의 여세를 몰아 상대편에 섰던 이들을 비난하며 몰아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자칫 우리나라 역사를 뒷걸음질치게 만들 수 있다.

양쪽에는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 방법론을 놓고 헌재 결정 이후 각계에서 많은 의견들이 개진될 것이지만, 지향점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의 어려운 상황들은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4일이나 7일 뒤면 헌재 결정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매듭짓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종착점에 거의 다다랐다. 독선을 접고,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바를 차분하고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우리는 한민족이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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