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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 운명의 한 주’… 우리 모두 차분히 지켜보자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승복 약속하고,촛불·태극기 주최측은 대규모 도심 집회 중단해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번 주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주변에서는 10일, 늦어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13일에는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핵과 관련된 경우의 수는 4가지다. 헌재가 인용하면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내에 선거가 치러져 후임 대통령을 뽑게 된다. 기각하면 대통령은 직무에 즉각 복귀한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각하하는 경우가 있고 기각 또는 각하 후 박 대통령이 자진 하야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여당 일각에 있다. 하지만 인용, 기각을 제외한 나머지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선고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헌재가 인용하면 탄핵 반대 측에서, 기각되면 탄핵 찬성 측에서 불복해 내란 수준의 혼란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박 대통령 측, 찬반 진영이 비상한 각오로 ‘탄핵 운명의 한 주’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국민일보가 5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답변이 73.4%에 달했다. 66.0%는 헌재의 재판 과정이 공정했다고 했다. 국민 다수는 헌재를 평가하고,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불복하지 말고 따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들과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불복을 선동하는 발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김평우 변호사는 4일 태극기집회에 나와서도 “탄핵은 범죄다. 대통령을 무고하는 것은 반역”이라고 했다.

여야와 변호인단은 지금부터 선고 당일까지 헌재에 대한 위협적 발언과 행동을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 탄핵 찬반 집회 주최 측도 그간 참석했던 수백만 명의 시민이 차분하게 결과를 맞아들일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헌재 재판관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역사에 남을 선고를 내릴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아울러 대선 주자들과 각 정당은 인용과 기각 둘 다를 상정하고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선거 캠페인과 국정은 분리돼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등 한반도를 둘러싼 경제·안보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급한 상황인 만큼 정당과 국회, 정부가 대선에만 매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기각해 박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경우 향후 정치 일정을 어떻게 할지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혼돈이 크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촛불과 태극기 주최 측은 더 이상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서는 안 된다. 선고 직후 환영 내지 불복 집회를 갖게 되면 상대방을 자극해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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