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심리적 방역, 들어보셨나요 기사의 사진
얼마 전 질병관리본부가 다소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냈다. 국민들에게 질병관리본부를 아는지, 믿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등을 설문조사한 내용이다.

국민 10명 가운데 4명만 질병관리본부를 안다고 답했고 그중 절반 이상은 ‘당신들을 못 믿겠다’고 답한, 제살 깎아먹는 결과를 홈페이지에 슬쩍 올려놓은 것도 아니고 언론에 ‘셀프 공개’했다. 위기소통담당관(대변인)은 “당초 국민인식 조사를 추진하면서 결과가 저렇게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직시하는 게 신뢰에 바탕을 둔 소통의 시작이라고 판단해 작심하고 공개했다”고 귀띔했다. 그리곤 2015년 5월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뼈아프게 느꼈다는 ‘심리적 방역’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심리적 방역이 무엇일까.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이 갑자기 국내로 들어오면 이를 통제하기 위한 두 가지 방역이 필요하다. 하나는 역학적 방역이다. 특정 감염병이 초기에 확산되지 않도록 역학조사관이 해당 상황 발생 현장에 가서 질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해당 장소에 다른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심리적 방역이다. 즉 감염병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으며 현재 해당 환자가 어느 소재지의 어느 병원에 머물고 있는가를 국민들에게 즉각 알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역학적 방역보다 더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전파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

우선 병원 이름이 공개되면 해당 병원에 가려고 예약했던 사람들은 모두 취소함으로써 잠재적 감염자 발생을 즉시 막을 수 있다. 또 해당 병원에 이미 갔던 사람들(외래진료 혹은 문병)은 보건 당국의 알림에 따라 주거지에 머물면서 증상이 있을 경우 콜센터(1339) 등에 즉각 통보해 추가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심리적 방역이 중요한 이유는 인력과 자원이 크게 들어가고 범위도 국소적인 역학적 방역과 달리 정보 공개라는 말뭉치를 통해 전국,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일시에 방역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때는 생각지 못했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위기 소통)의 원칙은 이처럼 단순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3월부터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지카바이러스 환자의 병원명 공개 등을 비롯해 이번 국민인식 조사까지 심리적 방역 원칙을 지키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언론과 의료기관, 일반 국민들에게 각종 질병 예방 및 정책,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채널을 통해 평상시에 위기 극복 노하우를 쌓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며칠 전에는 공중보건 위기 소통 지침과 표준운영절차(SOP)를 마련해 공개했다.

지난 1년간 질병관리본부가 심혈을 기울여온 이런 심리적 방역 차원의 소통 노력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문제는 실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제대로 작동하느냐다. 기존에도 감염병 대응지침 같은 게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신종플루와 메르스가 막상 들어왔을 때 빈틈이 생겼고 우왕좌왕했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은 지카바이러스 등 질병 관련 위기 대응과 관련해 ‘질병관리본부가 잘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전히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고 신속한 작업이 필요하다. 신종 감염병은 언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른다.

민태원 사회부 차장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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