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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영석] 오픈 캐비닛

[한마당-김영석] 오픈 캐비닛 기사의 사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시초는 1988년 노태우 당선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설치령을 의결했다. 말 그대로 취임 준비만 했다. 주요 결정사항은 노 당선인이 아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한다. 인수위의 틀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당선인 때다. 통일·외교·안보, 정무, 경제1, 경제2, 사회·문화의 5개 분과로 운영됐다. 그 당시에도 인수위는 실무 작업만 맡았고 정책 결정은 비선 조직 몫이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2003년 2월 노무현 당선인 시절이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당선인 신분이 결정된 날부터 대통령 취임 이후 30일까지 인수위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근데 19대 대통령 당선인은 상황이 다르다.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다음 날 중앙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게 되면 곧바로 대통령 신분이 된다. 당선인 신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수위를 구성할 수 없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정부 내각-청와대 17개’라는 제목의 괴문서가 유포됐다. 섀도 캐비닛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섀도 캐비닛은 야당이 미리 준비해 두는 내각이다. 예비 내각 또는 그림자 내각이라고 한다. 영국에서 1876년 시작된 뒤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 1907년 보수당의 아서 네빌 체임블린이 섀도 캐비닛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섀도 캐비닛에 속한 인사들은 당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정부는 이들에게 일정 수준의 국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관례화하고 있다.

인수위가 없어 비정상적 정권 이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섀도 캐비닛은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한다. 차기 정부 출범 이후 내각 인선으로 인한 혼란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섀도 캐비닛 속 인사가 문제가 될 경우 대선 기간 중 사전에 걸러내면 된다. 무차별적인 인사 영입 경쟁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섀도 캐비닛을 통해 각 당 대선후보들의 인재풀과 사람 보는 안목 등도 검증 가능하다.

한발 더 나아가 ‘오픈 캐비닛(공개 예비 내각)’을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 각 당 후보들이 공식 확정되면 섀도 캐비닛에 포함되어 있는 복수 후보군 인사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헌재 결정 및 대선 이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민할 시기가 됐다.

김영석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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