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박정태] 검찰, ‘우병우 특검’ 부를 건가 기사의 사진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특검으로부터 남은 의혹을 넘겨받은 검찰은 ‘2기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이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추가 혐의사실은 대통령 스스로가 국정농단의 장본인임을 만천하에 거듭 알려줬다. 특검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수사대상과 수사기간 제약으로 의혹을 다 풀지 못한 것은 국민 입장에서 아쉽기만 하다. 이제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아 나머지 국민적 의혹을 규명할 차례다.

검찰은 다시 시험대에 올라섰다. 주요 규명 대상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삼성 외 다른 대기업 뇌물 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이다. 여기서 수사 성패의 최대 관건은 사실상 죽은 권력인 박 대통령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받게 된다. 상식적으로 보면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이뤄지면 박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이 없는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조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를 당할 뿐이다. 검찰로서는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대기업 수사도 물 흐르듯 흘러가면 거칠 게 없다. 특검과 법리적 이견을 보인 뇌물죄냐 강요죄냐 하는 부분은 수사의 끝자락에 결정하면 된다.

핵(核)은 ‘우병우 수사’다. 개인비리 외에 세월호 수사 외압, 특별감찰관실 와해, 롯데그룹 압수수색 정보 유출, 정윤회 문건 파동 수사 개입 의혹 등을 파고들어가려면 검찰 내부를 손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 전 수석은 재직 당시 수사대상에 오른 지난해 8∼10월에도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법무부 수뇌부와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의 황제 소환 논란 등 맹탕 수사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인사상 혜택을 받은 ‘우병우 사단’도 여전히 건재하다. 2기 특수본이 칼끝을 내부로 겨냥해 제 살을 도려낼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역사적인 특검마저 실패한 마당이다. 수사대상 논란과 내부 이견 끝에 현직 검사를 1명도 조사하지 못한 한계도 노출했다. 그럼에도 특검은 검찰이 우병우 수사를 뭉개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이첩된 수사기록에는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닌 혐의도 많아 검찰이 덮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던 박 특검은 수사결과 발표 때에는 “남은 국민적 기대와 소명을 검찰로 되돌리겠다”고 압박했다.

국민적 시선을 의식한 검찰은 수사 공정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우 전 수석과 인연이 없는 검사들로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어떠한 정치적·정무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치욕사를 돌아보면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제로는 좌고우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검찰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매듭지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검찰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번에도 국민의 눈을 속이려 들다가는 ‘우병우 특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검찰→특검→검찰의 3막으로 끝나지 않고 4막이 열릴 수 있다. 그 순간 검찰은 수술대 위로 올라가 타율적 개혁의 메스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검찰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큰 책임을 져야 할 ‘죄인’이다. 그 죄과를 씻으려면 이를 방치한 우병우 수사에 존폐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인 검찰개혁은 막지 못하겠지만 조직의 명예와 자존심은 일말이나마 지킬 수 있다. 그래야 최소한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은 받지 않는다.

박정태 논설위원 겸 사회부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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