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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검 수사로 끝난 것 아니다

“물리적 한계로 풀지 못한 의혹 끝까지 밝혀 역사에 남겨야… 검찰은 결연한 각오로 수사에 임하라”

박영수 특별검사가 국정농단 수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특검팀은 A4 용지 100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정호성 녹음파일’에 담긴 대통령 발언, 대통령과 삼성의 상세한 ‘거래’ 과정 등 노골적인 내용은 수록하지 않았다. 사실관계만 담담히 기술했음에도, 수사 과정에서 이미 공개된 사실이 상당수임에도, 수사기간 제약과 청와대 비협조로 풀지 못한 의혹이 남아 있음에도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박근혜정권이 권력을 어떻게 사용(私用)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줬다. 100쪽을 다 읽은 이들은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최고 재벌 총수와 국가경제가 아닌 이해관계를 위해 만났고, 국민연금기금이 그 거래에 동원됐다는 게 특검의 결론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블랙리스트 사건에도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 및 장·차관들과 나란히 공범으로 분류됐다. 최순실씨가 대통령에게 요청한 공공기관·사기업 인사 청탁은 어김없이 이행됐으며, 대통령은 ‘대포폰’으로 6개월간 573회나 통화할 만큼 최씨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특검 수사 결과는 검찰 보완수사와 재판을 통해 더욱 촘촘한 사실로 걸러질 것이다.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은 이제 겨우 문턱을 하나 넘어섰다. 우리 시대의 뼈아픈 기록을 남기는 일은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비극적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보고서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본 건의 특징’ 같은 부제 아래 기록된 내용이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설명하며 “(특정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차단은) 이념적 정책 변경의 사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정부·청와대 입장에 이견을 표하면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자행됐기에 ‘정파적’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행태를 막으려면 정부 산하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대해서도 ‘국민 노후자금의 관리인’인 만큼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실질화가 필요하며, 그러려면 관련 규정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다음 정권을 맡으려는 이들은 보고서를 숙독할 필요가 있다. 수사 결과 드러난 권력형 병폐가 차단되도록 제도 정비만 제대로 해도 나라를 정상화하는 작업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당초 검찰이 대통령에게 적용했던 8개 혐의는 특검 수사를 통해 13개로 늘었다. 특검은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위와 정유라 학사비리 사건을 검찰로 넘기며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대면조사를 비롯해 검찰이 마무리해야 할 몫이 결코 작지 않다. 탄핵심판의 결과를 떠나 철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어느 때보다 결연한 각오로 최고의 자원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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