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한민수] 기각되면 正常 될까 기사의 사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100여일 만이다. 조금은 낯설고 심장이 두근거리지만 기분은 좋다. 다수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했지만 난 결국 지켜냈다. 2년 전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고 말했는데 내가 해당될 줄은 몰랐다. 올림머리를 하고 옷도 빨간색 상의에 바지를 입었다. 언론이 이름 붙여준 ‘전투복’이다. 직무 복귀 후 국민 앞에 처음 서는 자리인 만큼 결연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골랐다.

한자 한자 또박또박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촛불시위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열성을 갖고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주신 애국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 냈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도 짧게 감사 인사를 했지만 국회를 비판하는 대목은 넣지 않았다. 어차피 기각 책임을 놓고 자기들끼리 죽기 살기로 싸울 텐데 내가 끼어들 필요가 있겠는가.

대신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 시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엄포를 놔 촛불집회를 위축 들게 하고 태극기집회를 고무시킨 김평우 변호사 등 대리인단은 따로 청와대로 불러 밥을 사기로 했다. 장기 공석 중인 법무부 장관에 변호인 중 한 명을 임명하면 어떨까 싶다.

권좌에 돌아온 내가 첫 번째로 할 일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지난 1월 인터넷방송 사회자를 만나서도 얘기했듯이 진행과정을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때 배후를 밝히지 않았지만 복귀한 이상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일을 위해서도 ‘검찰 바로 세우기’를 할 생각이다. 정치검사들은 임명권자인 내 뒤통수를 치고 최순실과 엮어 공범으로 만들어버렸다. 분해서 잠을 못잘 정도다. 새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 수뇌부 인사를 신속하게 해야겠다.

언론도 가만둬서는 안 된다. 내 주변 사람들은 국정농단 사태가 가짜뉴스를 양산한 언론 탓이라고 했다. 태블릿PC를 첫 보도한 종편을 포함해 감히 대통령인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 매체들을 가만둘 순 없다. 또 재판과정에서 책임을 전부 나에게 돌리며 ‘배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이들도 그냥 넘어가긴 어렵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아 쉽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내가 누군가. 탄핵도 이겨낸 불사조다.

상을 내려야 할 곳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대기업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은 선의(善意)에서 시작한 일이다.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한 일들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 때문에 피해를 본 재벌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지 보상을 해줘야 될 것 같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부회장이 뇌물 공여자로 구속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숨만 붙어있는 전경련도 살려야겠다. 아버지 때 만들어진 것을 내가 망하게 내버려 둘 순 없다.

솔직히 세월호 같은 사고가 또다시 일어난다 해도 나의 대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변호인도 헌재에서 말했지만 내가 신도 아니고…. 당시도 난 관저 집무실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수회에 걸쳐 지시했다.

(이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3차례 대국민 담화와 정규재TV 인터뷰, 이동흡 변호사가 낭독한 헌재 최후진술 등을 토대로 대통령 입장에서 가공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탄핵을 기각한다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과연 이런 상황이 정상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한민수 논설위원 ms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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