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반구대 암각화의 비애 기사의 사진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울산 태화강 상류 대곡천변과 인연이 깊은 문화재 전문가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인 1970년 12월 24일 동국대박물관 학술조사단의 일원으로 이곳을 찾아 국보 제147호 천전리 암각화(岩刻畵·바위그림)를 발견했다. 문 교수와 대곡천의 연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암각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는 동네 주민들로부터 제보를 하나 받게 된다. 나무하러 가면 낮잠 자는 곳이 있는데, 누우면 천장에 호랑이, 물고기 그림들이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12월 25일 대곡리를 찾았는데 제보대로 바위에 그림 같은 것이 있었다. 선사시대 암각화를 전공한 터라 그는 직감적으로 외쳤다. ‘아, 또 새로운 역사를 쓰겠구나.’ 천전리 암각화를 발견한 지 1년 하고도 하루 만이었다.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盤龜臺) 암각화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바위그림은 당시 물에 잠겨 상부만 보였으나 3년 뒤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수직 바위 면에는 작살 꽂힌 고래와 호랑이, 표범 등 선사시대 벽화 300여점이 새겨져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집적된 공간에 다양한 그림이 새겨진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어 국내외의 파장은 대단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65년 대곡천 하류 사연댐 건설 이후 반복적인 침수 때문에 그림이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 1년에 8개월간 물에 잠겨 있다 보니 바위그림이 닳고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몇몇 그림은 사라져 버렸다.

침수 방지 방안들이 수년 동안 추진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쏟아부은 돈만 30억원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가 최적의 보존 방안으로 ‘생태제방안’을 제시하고 조만간 문화재청에 상정할 예정이다. 30m 앞에 길이 357m, 높이 65m의 제방을 쌓아 대곡천의 물이 암각화 앞으로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반세기 비애(悲哀)가 이번에는 끝나길 기대해 본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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