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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김혜림] 박근혜 대통령님께!

사심 없는 애국심으로 국민 하나로 묶어야… 헌재 탄핵심판 결정 전 스스로 아퀴 짓도록

[내일을 열며-김혜림] 박근혜 대통령님께! 기사의 사진
대통령님!잠은 좀 주무셨습니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지난 삼일절, 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광경을 뉴스에서 보셨겠지요? 그곳은 1919년 3월 1일, 온 겨레가 하나가 되어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곳이었습니다. 98년이 지난 올해 3월 1일에는 촛불을 든 국민들과 태극기를 든 국민들이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해댔습니다.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의연하게 하나가 되었던 이들의 후손이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하게 만든 건 무엇입니까? 누구입니까?

대통령님!요즘 면세점이나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앞으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사드 배치로 몽니를 부린다 한들 IMF 때처럼 어려워지기야 하겠습니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739억1000만 달러(약 432조6100억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기준으로 세계 외환보유액 8위라고 합니다. IMF 때 외환보유액이 40억 달러를 밑돌았다니, 지금 우리나라의 금고는 얼마나 튼실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그때 우리는 어땠습니까? ‘달러가 없어 나라가 부도날 지경’이라는 소리에 할머니들은 고쟁이 속주머니에서 쌍가락지를 꺼내놨고, 20대 청춘들은 커플링을 뺐습니다. 이렇게 351만명이 참여해 227t의 금을 모았습니다. 당시 시세로 21억3000달러어치였답니다. 그때 부채가 302억 달러였으니 그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돈입니다. 하지만 하나로 뭉친 그 힘으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었습니다. 2001년 IMF 자금을 완전히 갚았고, 2002년 월드컵을 개최했습니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대∼한 민국’, 그 함성을 기억하시지요?

대통령님!탄핵심판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변호사는 지난달 14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13차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며 애국심으로 사심 없이 헌신했다”고. 그리고 또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권력 주변에 기생하고 이권에 개입해 호가호위한 무리들이 있었고 그들을 사전에 제거하지 못한” 것이 과오지만 “대통령직을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사 이 변호사의 주장이 옳다 하더라도 이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용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지금 대통령의 부재 때문에 국가 정책들은 헛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존재 때문에 국민들은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대통령님! 청와대 문을 열고 나오십시오. 당신을 응원했던 이들에게 “이제 나를 위해 든 그 태극기를 내려놓고 차벽 건너의 저들과 하나가 되라”고 당부해주십시오. 촛불을 들었던 이들에게는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내가 한 잘못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대통령님!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종로와 광화문, 아니 온 나라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뉠 것입니다. 당신의 ‘사심 없는 애국심’으로 촛불과 태극기를 각각 들고 마주서 있는 국민들이 손을 맞잡게 해주십시오. 그 일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로 삼아주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과 결혼한 대통령님! 대한민국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국정농단 사태의 아퀴를 스스로 지으십시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서둘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김혜림 논설위원 겸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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