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코끼리와 인간, 죽음에 대한 감정은 똑같다 기사의 사진
코끼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저들도 어미나 새끼가 세상을 떠나면 슬픔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탄의 감정을 드러낼까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정답부터 말한다면 코끼리는 인간처럼 죽음을 대한다. 죽은 동료를 흙이나 식물로 덮어주며 ‘장례식’을 거행하기도 하고, 일주일 넘게 시신 곁을 지키기도 한다. 여러 날 동안 무리에서 뒤처져 우울해하거나, 죽은 아기 코끼리를 어금니로 들어올려 ‘장지’로 운반하는 코끼리도 있다.

미국 생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칼 사피나(62)가 펴낸 ‘소리와 몸짓’은 동물들의 행태를 관찰해 이들이 지닌 ‘마음’의 얼개를 가늠해본 책이다. 케냐 암보셀리공원의 코끼리, 미국 옐로스톤공원의 늑대, 북서태평양에 사는 범고래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동물과 지근거리에서 평생을 동고동락하며 동물의 삶을 기록한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저자가 아프리카에 갔을 때, 40년 넘게 코끼리를 관찰한 한 연구자는 이렇게 일갈한다. “인간을 동물과 비교하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봐요. 까마귀의 판단력을 3세 인간 아이와 비교한다, 그건 별로 재미가 없어요. …그들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깨닫기까지 20년이 걸렸어요.”

저자는 이 연구자가 그러하듯, 동물들의 소리와 몸짓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데 몰두하기로 마음먹는다. 원제가 ‘언어의 저편’을 의미하는 ‘비욘드 워즈(Beyond Words)’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과학자들이 과학적인 근거를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도외시하는,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 매달린다. ‘최대한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동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결론은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동물은 ‘고등학생 때는 알고 지냈지만 이후 멀어진 친구들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동물과 자연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를 끼워 넣는다.

‘우리가 동물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을 베푼다면 인간에 대한 인간의 비인간성도 그만큼 더 끔찍하게 부각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인간 문명을 넘어 그 다음 단계인 인간적 문명으로 관심을 돌릴 수도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이야기는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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