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천리마 민방위 기사의 사진
천리마는 상상의 말이다. 하루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준마를 뜻하는데 택배회사 브랜드로 인기 있는 이유다. 승리한 옛 전투엔 항상 준마가 있었다. 털이 붉은 천리마를 적토마라고 한다. 후한 말 관우는 적토마를 타고 전장을 누빈 것으로 전해진다. 기아차 중국법인이 2002년에 내놓은 승용차 브랜드 역시 천리마다. 경쟁차를 물리치고 중국 전역을 쾌속질주 하겠다는 의미란다.

피살된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 동영상을 올린 ‘천리마 민방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홈페이지 개설은 지난 3일이고, 동영상이 올라온 때는 8일이다. 서버 위치는 파나마다. 사이트 개설자는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탈북자 신변을 보호하는 단체로 추정된다. 천리마는 북한과 인연이 꽤 깊다. 천리마운동은 물론 지하철, 글꼴 브랜드로 인기가 높다. 김일성은 1956년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건설에서 혁명적 대고조를 위하여’라는 연설을 했는데 2년 뒤인 1958년부터 ‘천리마를 탄 기세로 달리자’라는 구호를 앞세우고 속도전을 펼쳤다. 천리마운동은 대를 이어 전개됐다. 김정일은 1998년과 2009년 두 차례 더 천리마운동을 실시했다. 김정은은 한 술 더 떠서 만리마운동에 나섰다.

평양 지하철에 천리마선이 있다. 봉화역과 붉은별역을 연결하는 20㎞ 구간으로 1973년 개통됐다. 천리마축구단은 북한 축구대표팀의 별칭이다. 영국 BBC는 북한의 런던월드컵 8강 진출을 담은 기록영화 ‘천리마축구단’을 2002년 만들었다. 이 영화는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천리마체는 북한의 글꼴이다. 1970년까지 노동신문은 천리마체를 사용했다. 북한이 한때 운영했던 인터넷 쇼핑몰 이름도 천리마다. 민방위라는 말도 북한에선 익숙한 말이다.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교도대 등을 통괄했던 노동당 산하 민방위부는 2006년 인민무력부 소속 민방위사령부로 개편됐다.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데 기여한 천리마와 민방위가 어쩌면 체제 붕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스쳐간다.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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