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기각돼도 거리로 안 나간다 기사의 사진
9일 밤, 불을 환히 밝히고 있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와 가로등이 빛나는 삼청동길 너머 멀리 청와대 본관과 관저가 어둠에 잠겨 있다. 윤성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이후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과에 상관없이 거리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광장 정치’를 끝내고 ‘제도 정치’로의 복귀다. 탄핵심판 선고 이후 제도권 내에서 민심을 수용해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치 원로·전문가들도 국회 내 해법 마련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헌재 결정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광장(집회 참석)을 접기로 했다. 이제는 제도권이 광장의 민심을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정치권이 ‘이겼다고 선동하거나 졌다고 선동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지도부 내에 형성됐다. 인용되면 인용된 대로, 기각되면 기각된 대로 국회 안에서 정당의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헌재 선고 후 의원총회와 최고위회의를 통해 탄핵심판 이후 행동 방침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 개혁법안 입법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대선은 각 후보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하도록 하고, 당은 개혁법안 입법과 민생법안 처리를 통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 가능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엔 대선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대선 180일 전 대선 후보를 선출키로 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대선 일정을 진행해 6월 중순까지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게 당의 구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정치권이 더 이상 선동의 정치를 이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중진 의원들과 오찬 후 “10일 헌재 결정이 내려지면 정치권이 이런저런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위보다는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서 노력해야 한다는 데 (중진 의원들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헌재 선고가 나온 뒤엔 정치인은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에 나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며 “지금 국회의원들은 대선 주자 눈치만, 대선 주자들은 국민 눈치만 보며 자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정치인은 국회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탄핵 선고가 내려지면 정치인은 즉각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집회) 현장이 아닌 국회에서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정치권의 자성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손 교수는 “정치권이 민의를 제대로 대의하지 못해 이번 탄핵 사태까지 이르게 된 만큼 정치권은 자성하고, 국정혼란 재발 방지 대책을 국회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헌재 결정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정치권은 즉각 수용하고, 차기 정부를 준비해야 한다”며 “광장에서 선동의 정치를 계속한다면 안정적인 차기 정부 구성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승욱 백상진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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