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꽃샘추위 기사의 사진
봄은 늘 얄밉게 온다. 꽃샘추위의 시샘을 겪고서야 선물 같은 햇살을 내놓는다. 이번 주 전국에 꽃샘추위가 왔다. 목요일 오전까지 영하의 기온에 찬바람이 셌다. 국민일보가 있는 서울 여의도에는 한때 눈발이 흩날렸다. 우수,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코앞인 3월 둘째 주 어느 퇴근 길, 봄눈을 맞았다.

잎샘추위라고도 일컫는 꽃샘추위는 이름대로 봄꽃이 피는 것을 질투해 찾아오는 일시적 저온현상이다. 동해에서 급격히 발달한 저기압이 물러난 후 대륙의 고기압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생긴다. 초봄에 날씨가 풀린 뒤 닥치기 때문에 실제 기온보다 체감냉기는 한결 차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처럼 때로는 한겨울 한기를 드러낸다. 2014년 4월 4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정도 낮은 영하 4도였고 미시령에는 15㎝의 폭설이 내렸다. 2013년 3월 21일에는 대관령의 최저기온이 영하 10.3도였다. 매화, 산수유의 꽃망울은 벌써 터졌고 벚꽃이 강산을 물들일 무렵임에도 꽃샘추위가 뒤늦게 심술을 부렸다.

꽃샘추위는 날씨를 일컫는 말 중에 가장 예쁘게 호명되는 것이라 한다. 그런 까닭에 매운 추위임에도 밉다기보다는 친숙한 느낌이 든다. 선조들은 하늘이 봄을 맞는 나무와 꽃, 벌레 등에 내리는 마지막 시련으로 꽃샘추위를 이해했다. 동시에 겨울의 각질을 벗겨내고 신록을 기다리는 신호로 여겼다. ‘꽃샘추위는 꾸어다 해도 한다’는 속담에는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선현의 지혜가 담겼다.

그러나 꽃샘추위에는 무서운 독도 있다. 꽃샘추위가 늦서리를 동반할 경우 어린 모종과 열매를 맺는 식물의 생육에는 치명적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탄핵정국’이라 불리던 지난 몇 개월, 대한민국은 계절보다 더 긴 겨울을 보냈다. 국정 시스템은 얼어붙었고 국민들 가슴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절기는 이제 봄이다. 여린 봄 냄새가 오감을 활짝 열어젖힐 때다. 탄핵 과정의 갈등과 분열은 봄을 약속하는 꽃샘추위 정도로 치부하자. 반목과 대립은 잊고 서로 보듬으면서 봄을 만끽하자. 다행히 올 3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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