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과 정의를 강물같이… 헌재, 朴 대통령 탄핵 결정 기사의 사진
8대 0.

헌법재판소는 10일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가 20% 안팎의 탄핵 반대 여론과 달리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한 것은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주문을 읽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어조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을 뿐 아니라 헌법 수호 의지도, 개전의 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여 박 전 대통령이 그 직을 유지하는 것보다 물러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했다. 탄핵 분위기는 재판관들이 심판정에 입장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다. 청구인(국회) 측 좌석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북적인 반면 피청구인(대통령) 측 좌석은 한산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탄핵된 첫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불소추특권이 없어졌고, 경호·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예우 또한 박탈됐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사후에 국립현충원의 부모 묘 곁에 묻히지도 못한다. 개인의 비극이자 나라의 불행이다.

이 권한대행은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선고에 임했다”고 했다. 결정은 내려졌다. 되돌릴 길은 없다. 싫든 좋든 이제는 박근혜 시대를 역사에 묻고 미래를 얘기할 때다. 누구도 헌재 주변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반대를 소리 높여 외친 이들의 애국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번 결정은 진보가 옳고, 보수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 헌법과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 재판이다. 역사도 이날을 이념의 잣대가 아닌 ‘민주주의가 바로 선 날’, ‘상식이 승리한 날’로 기록하고 기억할 것이다. 새누리당 추천을 받은 보수 성향의 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아모스 5장24절)’라는 성경말씀도 인용하며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태극기를 흔들던 에너지가 촛불의 힘과 합쳐진다면 대한민국은 보다 성숙한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난다. 8대 0의 또 다른 의미도 여기에 있다.

그 분수령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통령 선거다.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는 국가적 불행은 이번으로 족하다. 헌재는 국내 언론은 물론 외국 언론의 취재진으로 붐볐다. 나쁜 뉴스가 넘쳐나는 홍수 속에 ‘좋은 일로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어느 방청객의 독백은 혼자만이 아닌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게다. 심판정 밖으로 나오니 봄햇살이 가득했다.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흥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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