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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상상한 아시아는… 日 아베, 군국주의 사죄하고 남북, 분단국가 이미지 벗고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아시아 동시대 미술가 17명 초대…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 개최

작가들이 상상한 아시아는… 日 아베, 군국주의 사죄하고  남북, 분단국가 이미지 벗고 기사의 사진
아이다 마코토, ‘자칭 일본의 총리라 주장하는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설하는 비디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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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근대화, 즉 제…국…주의, 제국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국민여러분, 한국 국민여러분, 그 외 아시아 각국의 국민여러분. 이렇게 사, 사죄 드립니다.”

일본 총리로 분한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어눌한 영어로 연설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온다. 그가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던 아시아 국가들에 사죄하는 모습은 실제의 아베 신조 총리의 극우적 행보와 비견하면 낯설다. 현실과의 이런 차이야말로 일본 작가 아이다 마코토가 느끼는 ‘상상적 아시아’의 모습이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는 아시아의 동시대 미술가 17명을 초대해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를 열고 있다. 작가들은 아시아 역사의 교과서적 수용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쓰기를 시도했다. 모두 영상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쉬빙 양푸동 송동, 일본의 아이다 마코토, 메이로 고이즈미, 한국의 전준호 문경원 등 중량급 작가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공동 참여했던 전준호와 문경원은 ‘묘향산관’을 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한식당 묘향산관의 여종업원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 남한 화가의 하루 저녁 이야기를 다룬다. 좌우이념이 대립하는 분단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난 몽환적 한국의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이 역시 작가의 ‘상상적 아시아’인 것이다.

중국 작가 송동의 ‘시작 끝’은 영화제작사의 로고들을 잉크 위에 반사시켜 바람을 이용해 잉크가 흔들리게 하고 이미지들을 움직이도록 만든 작품이다. 서양 문화에 흔들렸던 아시아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태국 작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불교적 세계관과 현대 첨단 물리학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영상 작품을 냈다. 제63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그가 이런 실험적인 작품을 하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시아 국가 뿐 아니라 이집트, 러시아, 오스트리아, 레바논 등 인접 지역 작가도 초대했다. 러시아 작가팀 ‘AES+F’는 르네상스의 문을 연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벨리니의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채널 영상 작품 ‘신성한 알레고리’를 내놨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국제공항을 천국으로 가기엔 부족하지만 지옥으로 갈 정도의 큰 죄를 짓지 않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머무는 공간으로 상징화했다. 터미널은 이승의 삶이 끊어지고 또 다른 삶으로 연결되며 도착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고 떠날 사람을 환송하는 곳이기도 해 동양적 죽음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장은 “아시아는 서구로부터 강요된 근대화를 공통적으로 경험했다”면서 “그러나 주입식의 획일화된 역사관이 아니라 작가가 체화한 새로운 역사쓰기를 통해 ‘히스토리(역사)’가 아닌 ‘히스토리즈(역사들)’를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7월 2일까지(031-201-8548).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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