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형준] 차기 대통령의 성공 조건 기사의 사진
국민의 뜻으로, 헌법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이번 탄핵이 우리 사회에 던진 가장 큰 메시지는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서 어떤 자질을 갖춘 대통령을 뽑아야 하느냐로 바뀌어야 한다. 큰 틀에서 보면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국민들이 직접 뽑은 6명의 대통령 모두 실패했다. 집권 초기에는 높은 지지를 받다가 퇴임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치적 뇌사상태’에 빠지는 일이 빈번했다. 헌재 판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차기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받고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공공성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고,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정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인치가 아닌 법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더불어 사익보다는 국익에 충실할 대통령, 공조직 중심의 비선 없는 투명한 대통령, 행정 독재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민주적 소망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

둘째,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신과 세종대왕을 모셔와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못 푼다는 비관적인 견해도 있지만 극복 가능하다. 진영 논리에 빠져 부정의 언어에 매몰된 사람은 결코 분열과 대립을 막을 수 없다. 정치가 극과 극을 달리면 나라는 망한다.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되면 주변 국가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게 된다. 우리가 흩어져 있으니 중국이 사드 배치 반대를 명분으로 치졸한 경제 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 대통령은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고 소통하고 공정하게 통치해야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공정 없이 통합 없다. 공정한 기회, 공정한 법 집행, 공정한 인사, 공정한 분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셋째, 시대정신을 담아낼 줄 알아야 한다. 2017년 시대정신은 분권과 협치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에서부터 중요한 국정 과제를 추진할 수 없다. 야당을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면 협치는 물 건너간다. 통치보다 정치를 잘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넷째,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어느 후보가 강한 도덕성, 예리한 역사의식, 저항하기 어려운 설득력, 누구나 희구하는 미래 비전,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상징성 등을 갖고 국민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지 잘 살펴봐야 한다. 더 이상 실패한 대통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후보 자질 못지않게 국민 모두가 깨어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역주의에 포로가 되어 ‘미워도 다시 한번’ ‘우리가 남이가’라는 감성적 투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질 검증은 사라지고 결국 불량 후보가 판을 치게 된다.

단언컨대 ‘책임지는 유권자’만이 좋은 자질을 갖춘 유능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이제 패권주의에 매몰되고 편 가르기에 앞장서며 인기 영합 정책을 남발하는 후보에게 노(No)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의 길을 닦고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희망의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다. 제발 선거 후에 대통령 잘못 뽑았다며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소리가 더 이상 안 들렸으면 좋겠다.

김형준(명지대 교수·인문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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