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불복의 완성은… 기사의 사진
사회학에서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은 특정한 법률이나 정책이 올바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고의로 위반하는 공공연한 행위를 말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1849년 논문 ‘시민 불복종의 의무’에서 처음 소개됐는데, 노예제를 지원하는 정부에 대항한 납세 거부의 근거로 쓰였다. 불복종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1920년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다. 그는 평화로운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영국 제국주의에 저항했다. 이후 미국과 북아일랜드 등의 시민권 운동에도 적용됐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서 불복종은 상당한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과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이 경우에 속한다. 상고 출신의 비주류 중 비주류에게 졌다는 낭패감은 영남의 주류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불복 기류로 이어졌다. 당시 한나라당 안팎에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여기에 호남 주류를 자처하는 새천년민주당이 가세하면서 결국 2004년 3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3.6% 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되자 이번엔 야당 지지자들이 상실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는 분노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승리를 도둑맞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그럼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공격했고 문 후보와 야당은 ‘불복은 아니다’고 진화해야만 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뒤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복종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사저 복귀 메시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국민저항본부는 탄핵 판결은 역모이고 반란이라며 불복종을 노골적으로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거나 되돌릴 수 없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바로 선거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분노한 촛불 민심은 한 달 뒤 치러진 총선에서 소수 여당을 과반 다수당으로 만들어줬다. 태극기집회 참석자들도 5월 초 치러지는 대선에서 표로 불복 의사를 표출하면 어떨까. 탄핵을 찬성했던 이들 역시 상대방을 자극하지 말고 원하는 게 있으면 투표로 완성하면 된다.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