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내일을열며

[내일을 열며-남호철] 동남아 무비자 검토하자

‘사드 몽니’ 中 대신할 새 시장 개척해야… 대만과 일본 등의 선례 타산지석 삼기를

[내일을 열며-남호철] 동남아 무비자 검토하자 기사의 사진
지난해 3월 인천에서 열린 이색 행사가 화제를 모았다. 국내 단체관광 사상 최대 규모인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 4500여명이 월미도에서 벌인 ‘치맥파티’다. 이들을 위해 치킨 3000마리와 500㎖ 캔맥주 4500개가 준비됐을 정도다. 이어 5월에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유커들을 위한 ‘삼계탕 파티’가 열렸다.

이후에도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행사는 줄을 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버스비, 숙박비, 심지어 쇼핑비까지 관광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열양상이 펼쳐졌다. 중국 여행사의 리베이트 인상 압박이 높아지고 공짜파티 등 도를 넘은 요구사항도 늘어났다. 관광의 질이나 실속은 뒷전으로 미룬 채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에서 빚어진 자업자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가 진행되자 중국 정부가 여행사들에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전면금지하는 등 자국인 관광객의 한국관광을 통제하고 있다. 이 바람에 중국인 여행객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국제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에 온 중국인이 배에서 내리는 것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내 관광산업에 유례없는 비상이 걸렸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 명동거리를 가득 메웠던 유커들의 발걸음이 눈에 보이게 뜸해졌다. 제주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60만3021명의 외국인 중 85%인 306만1000명이 중국인이었을 정도로 유커 의존도가 높았던 결과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절박한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보복을 슬기롭게 대처한 사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지난해 중국이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압박으로 관광금지령 조치를 발동했을 때 대만은 동남아 비자 면제 등을 통해 새 시장을 개척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태국·베트남·필리핀 관광객 등 대만을 찾은 외국인은 1069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12년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을 빚은 일본도 중국인 관광객이 30% 이상 급감하자 한국·동남아 등의 여행객을 유치, 돌파구를 마련했다.

우리 지자체들도 유커 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24만1823명 중 46.8%(806만7722명)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심했던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약 2억5800만명·세계 인구 5위), 필리핀(약 1억명·12위), 베트남(9500만명·15위) 등은 인구 대국이다. 까다로운 비자를 받아야 입국 가능한 이들 국가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하는가 하면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대만·홍콩·이슬람권 관광객을 겨냥한 여행상품과 한류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돈 주고 중국 관광객 사 오는’ 관광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콘텐츠 발굴에 나선 것이다. 단순히 전년 대비 관광객 수를 늘리기 위한 양적 변화가 아닌 질적 변화를 이루려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교토삼혈(狡兎三穴).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구멍(굴)을 판다’는 말이다. 중국 단체관광객 위주에서 벗어나 중국 정부의 통제에서 다소 자유로운 싼커(散客·개별관광객)는 물론 몽골, 러시아, 남미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한류문화체험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추는 것은 ‘중국의 굴’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마련하는 지혜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