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치킨 세무조사 기사의 사진
흔히 ‘경제검찰’로도 불리는 국세청의 힘은 세무조사에서 나온다. 세무조사는 검찰로 치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합한 기능쯤 된다. 대상 선정부터 기간, 강도 등 세무조사에 관한 한 전권은 국세청에 있다. 개인이나 기업 입장에서 국세청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경우 5년 안팎에 한 번씩 정기법인세 조사를 받지만 다수의 중소기업과 개인에 대한 조사비율은 연간 1%가 안 된다. 그러다보니 조사대상 선정에서부터 공정성 논란이 인다. 당사자는 대상이 되는 것 자체를 ‘불운’으로 여긴다.

대다수 세무조사는 관련 규정에 의해 정당히 진행되지만 일부는 ‘징세’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세무조사가 ‘권력의 검은 칼’로 쓰이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원인(遠因)이 그의 핵심 후원자였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기획세무조사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으로부터 조사 지시를 받은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저서 ‘잃어버린 퍼즐’에서 이런 정황을 증언했다. 노태우 정권 말기의 현대그룹과 김영삼 정부 초기 포스코에 대한 국세청의 혹독한 대응은 정주영, 박태준의 대선 행보와 관련된 철저한 정치보복이었다. 김대중 정권 때의 세풍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7년간 세 번의 조사를 받은 다음카카오도 표적이 된 것이 아니냐는 설이 파다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세무조사는 등장했다. 차은택은 상대방을 겁박하기 위해 세무조사의 위력을 언급했고, 부영그룹은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

며칠 전에는 뜬금없이 ‘치킨과 세무조사’가 연관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가 값을 올리겠다고 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며 으름장을 놔 결국 인상을 포기하게 했다. 농식품부가 조사를 요청한다고 세무당국이 선뜻 응할 리 없겠지만, 아직도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한때 정부의 물가 관련 대책회의 때면 세무조사가 비방(秘方)처럼 동원되곤 했다. BBQ의 ‘꼼수’인상시도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징세당국을 활용한다는 건 명백한 행정권 남용이다. 영문도 모르고 거론된 국세청도 유쾌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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