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규의 문화공방]  <96> 연봉 60만원 기사의 사진
영화 ‘보통사람’ 스틸 컷
연봉 60만원. 한 유명 배우의 초년병 시절 수입 명세서다. 무대 위로 혼을 불사른 연기의 대가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연습 과정은 아무도 몰라준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불투명한 미래가 머릿속으로 엄혹하게 펼쳐졌을 것이다. 소주 한잔에 그 의지를 다잡고 삶의 무게를 버텼다. 지난 시절의 무용담으로 듣기에는 드라마 같은 감동이 몰려오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막이 내리면 텅 빈 무대를 바라보며 다음 무대를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 씁쓸함은 언제나 굳은 의지를 다잡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 샛강의 시간이 수십년이 흘러 그제야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대중이 배우를 알아보는 시간은 호락하지 않다. 이를 악물고 버틴 시간의 보상은 배우라는 직함이다. 천착의 미학을 상기한다. 빈 그릇에 한 방울의 물을 담아가는 과정은 경이롭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손현주와 김상호의 이야기다.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시대의 명배우들은 거의 모두 험난한 길을 개척해 왔다. 조만간 개봉을 앞둔 영화 ‘보통 사람’(감독 김봉한)에 출연한 이들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벼락스타가 아니다. 믿을 수 있는, 의심하지 않는, 다음을 기대하는 우리 시대의 검증된 배우들이 걸어온 연보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 이 문구는 스타 탄생에 대한 극적 긴장감, 대중의 시선 집중 등을 위한 정형화된 카피다. 확률적으로 보면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는 않는 허구와 다름없다.

필자는 대학입시를 비롯해 수많은 오디션을 통해 연기자나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이 있다. 공통적으로 오디션을 통과하면 스타가 되는 일은 시간문제라고 여긴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오디션을 통과해 캐스팅이 되었다는 의미는 일부 가능성을 검증받았다는 것이다.

배우에게 연기는 삶이다. 인기의 수단이 결코 아니다. ‘연봉 60만원’의 의미를 찬찬히 되새김할 필요가 있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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