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서승원]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6년 기사의 사진
정국은 불안케 하고 감염병은 체념케 하며 북핵은 답답하게 하고 중국 사드 보복과 미·중 간 각축은 몸 둘 바를 모르게 한다. 도처에 불안감이 가득하다. 때문에 국민들은 ‘안(安)’, 즉 안심, 안전, 안정, 안위를 염원한다. 나라가 이를 해결해 줄 것이란 믿음이 없기에 직접 행동에 나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불안에 대해서다.

지난 11일로 동일본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 사고 6년째를 맞이했다. 일본은 총력을 기울여 복구에 힘쓰고 있지만 과제는 여전히 차고 또 넘친다. 누구보다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후쿠시마현 주민들. 약 8만명이 아직도 피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난민을 포함해 3할 정도가 후쿠시마현 주민이란 이유로 차별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후쿠시마현 주민=방사능 오염자’란 낙인이다.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방침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2017년 3월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총 57기 가운데 5기. 이 가운데 폐기 결정된 원전이 13기, 정기점검·심사 중인 원전이 26기다. 경제부흥과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정권으로선 당장 원전을 포기하긴 힘들다. 원전 가동 중지로 석유, 가스 수입이 급증한 결과 수십년 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정치적 혼란, 자연재해, 환율변동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공급 또한 한층 더 취약해졌다.

전체적으로 재가동 찬성파가 우세하다. 정계에선 집권 자민당과 행복실현당이 재가동 찬성 및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신설 찬성,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야당 민진당 및 오사카유신회 등이 재가동 찬성 및 신설 반대, 일본공산당 및 사회민주당이 재가동과 신설 반대다. 지방자치단체는 고용과 교부금 문제에 대한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재가동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다. 정부 관계부처, 전력업계, 경제계는 당연히 찬성한다.

아베 정권의 원전 정책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탈(脫)원전’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혁신계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의 조직적 반대로 강해지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원전은 안전’ ‘비용 절감’ ‘CO2를 배출하지 않는 클린 에너지’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비판 없이 믿었던 것을 후회한다며 행동에 나선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원전 안전성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선주자들도 원전 관련 공약을 내걸고 있다. 에너지정책 전환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나마 다행스럽다. 논의는 다음을 유념하면서 진행되었으면 한다. 우선, 전문가들의 원전 낙관론을 경계하자. 방재대국으로 철저히 대비하며 기술 수준이 높은 일본도 원전 리스크를 안전하게 제어하지 못했다. 대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모든 리스크에서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탈원전 추세가 꺾였다는 주장도 삼가자. 원전 폐기를 결정한 독일과 대만의 사례를 금과옥조로 인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본 프랑스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원전 확대 기조를 정당화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원전 안전성, 전기료 부담, 산업계 전력소비 구조 등 모든 문제에 대해 범국민적 논의 공간을 마련하고 국민적 합의 형성에 힘쓰자. 독일 메르켈 총리는 철학자, 사회학자, 교회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여 문명론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에너지정책에 대해 정책 제언을 마련케 한 바 있다. 인간의 안전보장을 기본적 관점으로 하자. 더 이상 무역수지 등 경제적 이익이나 핵무장 잠재력과 같은 안보적 이익을 거론하면서 국민 개개인의 위협으로부터의 자유를 뒷전에 내버려 두지 말자.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서승원 (고려대 교수·글로벌일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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