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새봄을 맞지 못한 3536만 마리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새봄을 맞지 못한 3536만 마리 기사의 사진
‘따다다닥’ ‘따다다닥’ 숲에서 딱따구리들이 봄맞이 집 단장으로 분주합니다. ‘삐잇 삐잇’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 동고비들도 물오르는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흔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직은 바람 끝이 차갑지만 숲속은 벌써 새들의 노래로 가득합니다. 이 생명의 노래에 힘입어 물오른 나무들도 봄의 푸름을 서두릅니다.

3536만 마리. 믿기 어렵지만 이번 봄이 오기까지 겨우내 조류독감으로 살처분 된 닭과 오리의 숫자입니다.

숲의 새들이 생명의 시간을 준비하는 동안, 사육장의 새들은 노래는커녕 날갯짓마저 자유롭지 못한 좁은 케이지에 갇혀 지내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과 털과 고기를 나눠주다 봄을 맞지도 못하고 살처분 된 것입니다. 살처분이라니요. 말만으로도 섬뜩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임으로써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해결하는 걸까’하는 아찔함이 밀려옵니다.

구약성경 요나서의 마지막 장에서 하나님께서는 니느웨에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다고 화를 내는 요나를 이렇게 타이르십니다. “니느웨에는 좌우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십이만명도 더 되고, 짐승들도 수없이 많지 않느냐.” 잠언 12장은 “자기의 가축의 생명을 잘 돌보는 사람이 의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12장에서 예수님은 “하나님께서는 공중의 새들과 들풀까지도 돌보시는 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의 생명뿐만 아니라 짐승들, 나무들과 풀들의 생명까지 살피시는 분이시라고 성경은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한 양계농장 주인의 절박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북 익산의 이 농장은 넉넉한 공간에서 친환경방식으로 5000마리의 건강한 산란 닭을 사육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2.4㎞ 떨어진 이웃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당국에서는 3㎞ 이내의 모든 닭을 살처분해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이미 주변 농장의 닭 85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이 농장의 닭들도 살처분 강제집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장 주인은 왜 조류독감에 걸리지도 않은 건강한 닭들까지 단지 지침이라는 이유로 살처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모아봅니다. 주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의미 없는 죽음으로부터 생명을 살리어주시기를, 하여 이 농장의 닭들도 숲의 새들처럼 생명을 노래하며 새봄을 맞을 수 있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봅니다.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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