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취업난에… SKY 학사편입 ‘스펙 올리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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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4년제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27·여)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의 두 번째 대학인 연세대에 학사편입했다. 주변에선 힘들게 4년제 대학을 졸업했는데 왜 굳이 학교에 또 다니려고 하느냐고 말렸지만 김씨는 졸업유예를 하는 것보다 편입을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학사편입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았다. 김씨는 어려운 편입 영어 대신 논술·면접만으로 합격할 수 있는 대학들을 노렸다. 덕분에 편입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준비 한 달 만에 독학으로 ‘학교 레벨(학벌)’을 올릴 수 있었다.

김씨는 19일 “학사편입은 졸업유예와 비슷하다. 새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언제든 이전 학교 졸업장으로 이력서를 낼 수 있다. 취업이 되면 학교에서 자퇴하고 회사로 옮기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못 해도 이전보다 높은 학벌과 학점을 얻을 수 있어 손해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세칭 ‘인서울(In-seoul) 대학’인 서울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졸업유예 대신 유명 대학으로 편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학생 신분으로 꾸준히 이력서를 넣으면서 스펙을 쌓기 위해서다. 학사편입을 하면 자기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데다 취업하면 언제든 부담 없이 학교를 떠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대학정보공시센터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른바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학사편입을 지원한 학생은 지난해 1833명으로 2015년(1719명)보다 6.2% 늘었다. 여기에는 서울시내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도 대거 포함됐다.

한 대형 편입학원 관계자는 “인서울 대학 졸업자가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에 올인하기보다 상위 대학으로 편입해 취업과 스펙을 동시에 잡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Y 대학이 취업으로 가는 정류장 또는 학벌 세탁 공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학사편입생들은 대학원 석사과정 진입보다 대학을 갈아타는 게 취업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원에 가면 전공 공부를 소화하면서 시간을 뺏기는 데다 전문 인력으로 분류돼 지원하기 적합한 취업 시장도 좁아진다”며 “당장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대학원보다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유예를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7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데, 이런 ‘졸업유예 비용’이 학생들을 학사편입으로 이끌기도 한다.

서울 모 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에 들어간 강모(26·여)씨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을 유예하려면 70만원을 고스란히 내야 했다”며 “차라리 장학금을 받으며 더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모(28·여)씨는 2015년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독학으로 고려대에 편입했다. 소득 분위가 1분위인 안씨는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안씨는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돼 편입을 생각하기에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학사편입은 학점을 올리기에도 좋다. 김씨는 “두 번째 대학생활이라 익숙하다. 주변 편입한 사람들도 대부분 학점을 잘 받는다”며 “학점이 높으니 면접관들도 나쁘게 보지 않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자리로 가야 할 졸업자들이 두 번째 입시경쟁을 치르느라 힘을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병훈 교수는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이 유명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취업에 유리할 거라고 믿고 또 다시 대학생활에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 관계자도 “학사편입을 너무 신경쓰느라 취업 시기를 늦추게 되면 기업에서는 지원자를 ‘스펙은 좋지만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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