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영화, 80년대로 간 이유 기사의 사진
격동의 1980년대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영화 ‘보통사람’(위 사진)과 ‘택시운전사’의 극 중 장면. 각 영화사 제공
Q :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새 역사를 썼습니다. 민주주의가 다시 깨어난 2017년, 극장가는 1980년대로 돌아갔습니다. 안기부의 민낯을 파헤친 ‘보통사람’, 5·18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돌아본 ‘택시운전사’,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1987’ 등 80년대 배경의 영화들이 차례로 관객을 만납니다. 지금, 그 시대의 이야기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A : 1980년대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폭발했었죠. 군부독재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왔습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이 그것입니다.

이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스크린 위로 옮겨졌습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보통사람’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형사 성진(손현주)이 안기부 주도하에 조작된 살인사건에 휘말려 파국을 맞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극 중 성진과 절친한 기자 재호(김상호)가 박종철군을 모티브로 한 인물입니다.

재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지만 생전 그 꿈을 이루지 못합니다. 안기부로 잡혀가 고문을 당하다 외로이 죽음을 맞죠. 그러나 재호가 목숨을 바쳐 지킨 진실은 사회 변혁의 불씨가 됩니다. 영화 말미 등장하는 시청 앞 대규모 시위 장면은 뜨거운 울림을 줍니다.

올 여름 개봉을 앞둔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운동을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작품입니다.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의 실화를 다뤘죠. 서울에서 열 한 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합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밀린 월세 갚을 생각에만 부풀어있는 만섭의 모습이 비극적으로 다가옵니다.

‘1987’ 역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뤘습니다.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경찰에 불법 체포돼 고문당하다 사망한 뒤 공안 당국은 은폐하려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밝혀졌고, 이는 6월항쟁의 주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배우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김태리가 합류한 영화는 올 연말 관객을 만납니다.

다시 타오른 촛불 민주주의의 한 가운데서 이들 작품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공교롭게도 개봉 시점이 시국과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기획 시점은 전부 2∼3년 전입니다. 누구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예상하지 못했을 때죠. 바꾸어 생각해보면 박근혜정부 들어 영화인들이 80년대 못지않은 억압을 느꼈다는 얘기가 됩니다. 현실에 대한 갑갑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던 것이죠.

실제로 ‘보통사람’은 제작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부로부터 모태펀드 투자를 받지 못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품 대부분이 그런 처지였습니다. 비상식의 상식화와 표현의 자유 보장. 영화인들의 공통된 바람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